[재벌2·3세의 품격] ①현대가,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기술최고책임자)

경영수업 대신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선한의지 가진이들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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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이홍렬 대기자] 대한항공 3세들의 갑질 논란으로 대기업의 세습논란이 뜨겁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유사하면서도 국민들의 지지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의 경영철학이 요즘 다시한번 관심을 끈다. 160년 동안 5대째 이어온 세습 기업이면서 스웨덴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할 만큼 스웨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재벌 발렌베리! 

우리나라와 달리 어떻게 100년이 넘어서도 존경받는 기업이 된 걸까?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 는 가문의 전통, 그리고 '기업의 토대는 사회'라는 신념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후계자 선정부터가 특별하다. 아무리 2세 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만 후계자가 되는 특별한 검증과 견제시스템이다. 

물론 재벌경영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있는 경영형태이고, 장점도 적지 않다. 많은 재벌 자녀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제3의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거나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3~4세들도 있다. 데이터뉴스에서는 이들을 통해 한국경제의 희망을 그려보려 한다.

사회적 기업 지원하는 현대가 3세 정경선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 출처 루트임팩트 홈페이지

서울 성수동에 세워진 지상 8층 지하2층 건물 헤이그라운드는 지난해 7월‘루트임팩트’라는  비영리법인이 2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지은 건물이다. 이 곳에는 스타트업, 투자기관 등 모두 41곳이 입주해 5백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만들거나 각자의 방법으로 사회공헌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자문이 이뤄지는 공동 업무공간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제3차 일자리위원회 회의가 열린 곳도 이곳 성수동의 헤이그라운드에서였다.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내부 전경. 출처 루트임팩트 홈페이지

이 법인을 만든 장본인은 현대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루트임팩트 최고기술경영자(CIO)다. 경영수업을 받는 대기업 3~4세와는 달리 사회문제 해결에 매진하고 있다.

정경선씨는 지난 2014년 성수동에 ‘디웰(D-well)’이라는 50명 규모의 체인지 메이커 공동 주거 공간을  마련했다가 3년만에 500명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늘린 것이다. 그는 이곳에 있는 소셜벤처기업 투자회사인 ‘에이치지이니셔티브’ 대표이기도 하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그가 그것도 현대화재해상 정몽윤 회장의 장남인 그가 편한 길을 마다하고 이런 사회혁신의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보노보 혁명'이라는 책을 읽고 사회적 활동을 지원해주는 아쇼카 재단에 대해 알게 됐다. 시민의식의 표상 같은 사람들을 도와, 의미 있는 변화와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을 동참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2008년 일본의 한 보험 회사에서 인턴을 할 당시, CSR팀이 기업의 전략을 세우는 데 상당히 큰 축을 담당하고 있더라고요. 그룹사에 CSR 본부가 따로 있어서, 이곳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을 짜고 협력사와 고객, 직원 등을 어떻게 챙기는지 관리하는 걸 봤습니다. 그때 어려운 이들을 돕는 걸 넘어서서,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록펠러재단이나 아쇼카처럼 전략적이고 임팩트 있는 자선 활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 이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라고 말했다.(2017.8 ‘더나은 미래’ 인터뷰 중)

그는 2008년 대학생 문화 기획 동아리 ‘쿠스파(KUSPA)’를 결성, 자선 파티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거나 아마추어 음악인을 돕기 위한 콩쿠르를 여는 등의 활동을 했다. 2010년에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모인 재능 기부 단체 ‘크리에이티브 셰어(Creative Share)’를 만들기도 했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광고 공모전, 네이버 해피빈과 함께 한 기부 캠페인, 명사 초청 스피치 콘서트를 진행했다.  

정 대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취미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때마다 정대표는 “그런 시선은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진정성있게 묵묵히 하다보면 언젠가 인정받을 것”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MBA과정을 밟고 있지만 여전히 루트임팩트를 챙기고 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며  “선한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설립당시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가족경영의 롤모델로 존경을 받고 있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의 2대 후계자인 마쿠스 발렌베리는 “우리는 가족기업이다, 가족경영은 변함없이 지켜내야한다, 단 경영에 적합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만 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혼자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여야 할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혼자 힘으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 둘째 사관학교에 입학해 강한 정신력을 길러야 하고, 셋째 부모의 도움없이 세계 금융중심지에 진출해 실무경험을 쌓아야하는 길고도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야 한다.

우리의 재벌 3세들은 과연 어떤 검증의 길을 거치고 있는가?

leehr@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