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시총 급락…지배구조 개편 깊은 시름

삼성물산 보유 지분 가치 한 달 새 6조 이상 증발...시나리오 수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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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분식회계 논란을 빚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역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8일 종가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37만500원으로, 4월 11일 종가(58만4000원)에 비해 21만3500원 떨어졌다. 최근 불거진 분식회계 논란이 결정타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한 달도 안 돼 14조 원 넘게 감소했고, 삼성물산 보유 지분가치도 6조1000억 원 이상 줄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이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는 점에서 삼성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삼성은 최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서둘러 매각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현재 국회에는 취득 원가로 평가하는 보험사의 주식보유 제한기준을 은행 등 다른 금융 업종처럼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보유주식 평가기준을 바꾸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8.23%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28조1500억 원으로 급등한다. 삼성생명이 총자산의 3%(약 8조5000억 원) 이내로 제한된 대주주 발행주식 보유규정을 지키려면 대략 20조 원어치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여러 차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와 관련해 “법률이 되면 강제적으로 하게 되는데, 그 전에 스스로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주문을 이행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부상한 것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인수하는 방법이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이 17.08%의 지분을 보유한 것을 비롯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37.2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지주회사 성격을 가진 핵심 계열사이기도 하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팔아야 하는 20조 원어치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물산이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삼성전자에 팔고 대신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의 상당 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삼성전자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추가자금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정부가 내준 숙제를 풀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 서초동 사옥 매각 추진 등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주식 확보를 실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으로 이 같은 방안이 폐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회계처리 특별감리에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에게 통지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비상장 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취득가액이 아닌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변경 평가해 회계 처리한 것을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6일 금융위원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내용을 보고하면서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통보했다. 회계부정 수준은 고의, 중과실, 과실 등으로 나뉘는데, 고의는 가장 높은 단계다. 고의적인 분식회계는 대표이사 해임 권고, 검찰 고발 등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다. 

금융위는 오는 17일 임시 감리위원회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결과를 논의하며, 오는 23일이나 내달 7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감리위원회 논의 결과를 다룰 예정이다. 금융위가 분식회계로 판단하면 상장폐지까지 논의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분식회계 판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행정소송까지 제기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며, 지분 매각 추진도 상당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 논란을 기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급락을 거듭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추락한 것도 삼성의 고민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하락은 삼성물산이 살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 축소와 직결된다.

지난 4일 35만95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8일 다소 반등해 37만5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4월 11일에 비해 37%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38조6404억 원에서 24조5141억 원으로 14조1263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도 16조7856억 원에서 10조6491억 원으로 6조1364억 원 감소했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주식 인수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숙제를 풀 유력한 카드를 잃은 삼성으로서는 상당기간 곤혹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