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2·3세의 품격] ③동원가 장남 김남구 한투금융 부회장

뱃사람 리더십...."사람을 따르게 하는 것, 희생 감수해야"

  •  
  •  
  •  
  •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데이터뉴스=이홍렬 대기자] 해마다 증권시장을 출입하는 기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올해에도 연임하느냐다. 실적에 따라 부침이 심하기로 유명한 증권업계에서 CEO를 2007년부터 무려 11년째 연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국투자증권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지난해 7000억원(6847억원)을 육박하는 영업이익에 5000억원대(52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증권업계 1위, 5년 연속 업계 최고 실적이다. 

여기에다 국내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아 이틀만에 5000억원이 팔리는 기록도 세웠다. 이런 실적을 만든 CEO의 연임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의 속성상 오너의 강력한 철학과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유상호 사장을 1년 넘게 설득한 끝에 모셔와 11년째 대표를 맡긴 장본인이 바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김남구 부회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계열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사다.

그리고 한국투자금융 지주회사의 대표가 바로 김남구 부회장이다. 유상호 대표가 주연 배우라면 무대를 만들고 기획한 장본인이 김 부회장인 셈이다.   

김 부회장은 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의 장남이다. 김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동원산업(25세. 1987년)에 평사원으로 일하다 잠시 유학을 다녀온 뒤 29살의 나이에 동원증권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입사 13년만인 2004년에 동원증권 대표이사를 맡아 독립을 하게 된다. 다음해에 한국투자증권과 합병을 이뤄낸다, 그리고 14년 뒤, 당시 중위권이던 증권회사를 국내 대기업 순위 28위의 투자금융그룹으로 키워낸다. 그가 금융지주의 대표가 된 2005년 당시 4조 8000억 원이던 자산규모가 지난해에는 48조 7430억 원으로 10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80억원 원에서 6542억 원으로 늘어나 6배 넘게 키웠다.

 

그는 대학원을 마치고 수산업과 증권, 그룹내 두 회사 중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당시 덩치는 작았지만 가능성이 큰 증권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이미 당시 동원산업은 세계 시장 3위에 올라 있었고 증권은 그렇지 않아 어렵더라도 성장 가능성을 보고 동원증권에 입사하게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2010/03/05,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런 김 부회장에게 금수저라는 이름이 붙을만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늘  겸손한 자세와 놀라운 경영실적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2세이면서도 성공적인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 그의 이러한 호평은 참치잡이로 자수성가한 부친 김재철회장으로 부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는 결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대학을 졸업 한 뒤  알레스카에서 명태잡이 원양어선의 선원을 한 게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다. 바닥부터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아버지인 김재철 회장의 철학 때문에 회장 아들이란 사실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하루에 잠자는 시간 빼고 16시간씩 5개월을 하고 났더니 "이제 땅 위에서 하는 것은 겁날 게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리더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체험한 것도 이때라고 한다.

그는“중노동이 끝나면 선원들은 모두 쉬지만 선장은 더 좋은 어장을 찾아 키를 잡아야하고 망망대해에서 내일 아침에는 어디로 갈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감명을 받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선장의 리더십은 '사람을 따르게 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먼저 앞장서고 손해를 감수하는 희생정신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한다.

김 부회장의 동생인 김남정 동원 그룹 부회장도 참치캔 공장 생산 라인에서 맨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보통의 오너들과는 달리 아버지 김재철 회장은 늘 '고생'이 유산이란 점을 강조했다. 김재철 회장은 “부족함이 인간을 키운다. 그리고 고기가 안잡히다가도 폭풍으로 바다가 뒤집어지면 어황이 좋아진다"며 고난뒤에 반드시 기회가 오는 법이라고 강조해왔다. (김재철 평전에서, 2017년 3월 발간)ㅣ

김부회장은 1991년 아버지 김재철 회장으로부터 동원산업 주식 55만주를 증여받아 훗날 금융지주의 지분을 만드는 종잣돈으로 사용한다.이 과정에서 62억 3800만원의 증여세를 국세청에 자진 신고해 당시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규모도 그렇지만 증여세로 60억이 넘는 돈을 자진 신고한 경우가 당시로서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해마다 대학에서 열리는 채용설명회에 반드시 참석해 회사를 소개하고 인재를 찾는다. 통상 증권사 CEO의 임기가 2~3년인 점을 감안할때 계열사의 CEO를 무려 11 차례 연임시키는 것도 이런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원칙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한국투자금융은 지난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지분 58%를 가진 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파트너인 카카오의 제안을 받아들여 '카카오 뱅크'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오너지만 오너같지 않은 오너’로 불리는 그를 업계에서는 젊은 시절 아버지한테서 밑바닥부터 '고생'이라는 경영수업을 받은 결과라고 평가한다.

부산 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27살의 나이에 선장이 돼 평생 거친 바다에 맞서 오늘의 동원그룹을 일으킨 김재철 회장은 망망대해에서 표류하지 않으려면 선장이 세겨야할 3가지 철칙이 있다고 말한다.(김재철 평전에서. 2017년 3월) “첫째 ‘현재 좌표가 무엇인지‘, ’그배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좌표가 어디며‘, ‘항로를 제대로 잡고 있는지' 점검해야만 배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리더는 책임지는 사람이다, 리더는 희생해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다면 사업을 해도 된다, 할 후 없다면 편하게 사는 길을 선택해라“고 강조했다. 김재철 회장의 사업철학과 사장학은 남다르다. 그는 처음부터 아버지의 사업철학과 사장학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아버지로부터 이런 밑바탕 교육을 받아온 김남구 부회장의 최종 목적지가 궁굼하다.

leehr@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