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토종 콘텐츠 시장을 삼킨다

영국BBC 경고 "OTT는 '승자독식' 성향 강해 단기간 시장독점...토종업체 궤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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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이홍렬 대기자]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업체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활동 영역을 넓힐수록 토종 콘텐츠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초기 시장에서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이끌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넷플릭스로 콘텐츠 쏠림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넷플릭스 진출로 인해 자국 콘텐츠 업체의 '멸종'이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27일 데이터뉴스가 영국 BBC의 '영국 콘텐츠 시장의 변화'(Content market dynamics in the UK: outcomes and implications, 2017년 11월)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BBC는 넷플릭스가 영국에 본격 진출하면서 콘텐츠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이로 인해 향후 10년간 영국 콘텐츠 시장의 투자가 25억파운드(우리돈 약 36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의 시청률 및 시장조사기관 BARB(The Broadcasters' Audience Research Board)에 따르면 영국내 OTT 가입자는 총 820만 가구로, 2012170만 가구에서 4년만에 388%나 성장했다. 넷플릭스는 같은 기간 150만 가구에서 650만 가구 성장, 333%의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영국내 OTT 시장의 73% 이상을 차지했다. 넷플릭스의 성장이 영국내 OTT 시장 성장을 이끈 셈이다.  

BBC는 보고서에서 "2016년 기준으로 넷플릭스, 아마존 등 외국계 OTT 기업의 영국내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겼고 영국 토종 콘텐츠 업체는 위성방송사업자 스카이(SKY)가 운영하는 '나우티비(Now TV)' 정도가 한자리수 점유율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넷플릭스가 영국에 상륙했을 때는 다수의 영국 토종 OTT 기업이 있었지만, 불과 1~2년만에 토종업체 스카이 한 곳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궤멸했다"면서 "OTT와 같은 디지털서비스는 '승자독식' 성향이 강해 단기간 내 시장 독점적인 구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스카이 나우티비도 올 2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넷플릭스 콘텐츠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버티던 스카이 역시 넷플릭스와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12년 일찌감치 넷플릭스 진출이 이뤄진 영국 공영방송의 이같은 우려는 최근 넷플릭스 공세가 강해지고 있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막대한 콘텐츠 투자로 인해 그동안 방송플랫폼사업자에게 억눌려 ''의 위치에 놓였던 콘텐츠 제작자 입지가 강화되고 콘텐츠 투자 자체도 경쟁적으로 일어나 시장이 활성화 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실제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같은 OTT 업체들은 영국 진출 이후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진출 초기 영국 내 콘텐츠 시장의 투자가 단기적으로 활성화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넷플릭스가 진출한 이후 유명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으며 유재석 등 유명 예능인을 섭외해 예능 프로그램 제작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BBC는 중장기적으로 넷플릭스 한 곳의 투자를 제외하고 다른 토종 콘텐츠 제작사가 몰락함으로써 콘텐츠 시장 자체의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BBC2016년부터 향후 10년간 영국내 콘텐츠 시장 투자계획을 분석한 결과, 2026년까지 총 25억파운드(우리돈 약 36000억원)의 콘텐츠 투자 축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다수 국가에서 방송콘텐츠 제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곳은 지상파 방송사인데, 넷플릭스와 같은 OTT 사업자의 등장 이후 플랫폼 입지 약화와 프로그램 판권 비용 인상으로 비용압박이 심해지면서 콘텐츠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BBC는 보고서에서 "넷플릭스가 영국 오리지널콘텐츠 제작 등에 투자하면서 단기적으로 제작 활성화에 영향이 있다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넷플릭스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영국의 다른 방송사가 '판권'을 구입해 방송할 때, 최초 방송 기준으로 회당 18만파운드(우리돈 약 26000만원)까지 판권비용이 인상되면서 방송사의 비용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의 방송프로그램 판권 비용은 이의 3분의1 수준인 회당 6만파운드(우리돈 8600만원) 이하였지만, 넷플릭스 등장 이후 미국 콘텐츠 등이 인기를 끌자 이를 영국 방송사가 방영할 때 판권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은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은 미국 콘텐츠가 너무 비싼 가격으로 영국내 프로그램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지 제작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넷플릭스가 공동제작 형태로 영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면 쿼터제의 제한을 받지 않는 형국이다.   

BBC"시장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판권비용이 치솟으면서 궁극적으로 넷플릭스를 제외한 타 방송사 콘텐츠 제작 여력이 감소해, 콘텐츠 투자 자체가 25억 파운드는 감소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eehr@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