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의 '이상한' 배당...외국계 모회사에 100%대 고배당 후 여지없는 희망퇴직

AB인베브에 2015년 3700억, 2017년 3450억원 전액 입금...이듬해 이어진 대규모 희망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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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이루비 기자] 오비맥주에 '고배당 후 희망퇴직'이라는 '평행이론'이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가 외국계 모회사에 고배당을 실시, 3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입금한 1년 후에는 여지없이 직원 대상의 희망퇴직이 실시된다.

2015년 배당성향 146% 배당실시, 2016년 상반기 하반기 두차례 희망퇴직 통해 138명 퇴사, 2017년 배당성향 105% 배당실시, 2018년 장기근속자 대상 희망퇴직 통해 9명(비공식집계) 퇴사 등 2년 주기로 고배당과 희망퇴직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모회사에 대한 '고배당'이 희망퇴직 실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 취재를 통해 분석한 결과, 2018년 오비맥주는 근속연수가 만 15년이 넘는 이천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당시 희망퇴직 대상자인 오비맥주 이천공장 소속 장기근속자 16명이 그해 9월 퇴직을 신청했다. 그리고 최대 9명(비공식 집계)의 직원이 퇴직자로 선정돼 오비맥주를 떠났다.

앞서 이 회사는 2017년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이 회사 2017년 당기순이익은 3271억 원이었는데, 배당금은 3450억 원을 집행했다. 배당금이 당기순이익보다 179억 원 많았고, 배당성향은 105%로 집계됐다.

오비맥주는 2016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당시 전체 직원 1800여명 중 8%가량인 140여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역시 2016년 대규모 희망퇴직에 앞서 2015년 이례적인 고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 3700억원, 비당성향 146%다. 2015년 배당금은 당기순이익 2536억 원보다 1164억 원 많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액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30%대를 넘으면 고배당이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오비맥주의 배당성향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2015년과 2017년 배당금은 오비맥주 외국계 모회사인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에 전액 입금됐다. 그리고 고배당 정책 다음 해인 2016년과 2018년에는 직원들의 희망퇴직이 단행됐다.

오비맥주가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책정했을 당시 업계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의 돈이 결국 외국 본사로 나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나아가 고배당 정책에 대한 수습 또한 한국 직원의 몫이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AB인베브는 1998년 두산으로부터 오비맥주를 인수한 뒤 2009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18억 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이후 6년 만인 2014년 다시 58억 달러(6조1680억 원)에 오비맥주 지분 100%를 인수했다. AB인베브는 벨기에의 맥주회사로, 버드와이저·스텔라·호가든·코로나 등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중 하나다.

rub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