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수록 R&D...기술경쟁력으로 맞선 전자업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전자기업 상반기 연구개발비, 작년보다 2조원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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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전자업종 주요 기업들은 연구개발(R&D)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집중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장기적 포석이다.

1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주요 전자기업의 연구개발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7개 기업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6개 기업이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를 지난해보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7개 기업의 올해 상반기 총 연구개발비는 총 15조7227억 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13조8002억 원)보다 13.9%(1조9225억 원)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10조1267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 같은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8조7844억 원)보다 1조3423억 원(15.3%)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7.4%에서 올해 상반기 9.3%로 1년 만에 1.9%p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 업황 약세와 가격 하락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린 것은 단기 실적 저하에 연연하기보다 장기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최고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월 전자 관계사 사장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 확보”라며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기조는 미래기술과 시스템 반동체 분야를 중심으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장기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현재 불확실한 경영환경 아래 부품의 기술 혁신과 5G 리더십을 제고하는 등 주력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스템반도체, 인공지능(AI), 전장(자동차 부품) 분야의 미래기술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 가격 하락 등으로 실적 하락을 경험한 SK하이닉스도 연구개발비를 2000억 원 이상 늘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18.4%(2382억 원) 늘어난 1조5315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집행했다.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비 증가율은 조사 대상 전자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한 가운데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리면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6.8%에서 올해 상반기 11.6%로 4.8%p 늘어났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과 연구개발비 비중 증가율 역시 조사 대상 전자기업 중 가장 높다.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능력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시기와 이천 M16 공장 장비 반입시기도 재검토하기로 해 내년 투자액이 올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차세대 미세공정기술 개발 등을 통해 제품과 기술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어서 연구개발 투자 강화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에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를 크게 늘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상반기 국제적인 패널 수요 위축과 가격 하락 등으로 500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1조219억 원이었던 연구개발비를 올해 상반기 1조2052억 원으로 17.9%(1833억 원) 늘렸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9.1%에서 10.7%로 1년 만에 1.6%p 상승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어 이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높여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넓히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 외에도 삼성SDI가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16.1% 늘어난 3491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고, LG전자(연구개발비 1조9987억 원,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 삼성전기(2611억 원. 3.0% 증가)도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한편, LG이노텍은 올해 상반기에 2504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해 지난해 같은 기간(2535억 원)보다 1.2% 줄었다. 이번 조사에서 연구개발비가 감소한 기업은 LG이노텍이 유일하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