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에델바이스를 꼭 닮은 한국 특산식물, 산솜다리

해발 1500m 이상의 높은 산의 건조한 바위틈에서 자생…멸종위기종, 꽃말은 '소중한 추억'

  • 카카오공유 
  • 메타공유 
  • X공유 
  • 네이버밴드 공유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산솜다리는 해발 15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피는 한국의 특산식물이다. 사진=조용경

줄리 앤드류스가 주연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기억하시나요?

‘폰 트랩’ 대령 일가가 나치의 압력에 맞서 조국 오스트리아를 탈출하기 직전에 나라와 국민에게 바치는 감미롭고 애절한 노래 ‘에델바이스’, 알프스에 많이 피는 그 ‘에델바이스’와 흡사한 우리 꽃이 바로 ‘산솜다리’랍니다.

6~7월경 설악산이나 오대산의 높은 봉우리 부근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꽃이죠. 

전체가 보송보송한 솜털로 뒤덮인 ‘산솜다리’는 쌍떡잎식물이며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산솜다리는 해발 1500m가 넘는 높은 산의 건조한 바위틈에서 자생합니다.

키는 15∼25cm까지 자라는데, 아랫부분은 묵은 잎으로 덮여 있고 줄기는 곧게 서며, 줄기와 잎 전체가 흰색 혹은 회색을 띤 솜털로 덮여 있습니다. 

산솜다리는 꽃과 줄기가 흰색 혹은 회색빛 솜털로 뒤덮여 있다. 사진=조용경

여러 개의 줄기가 모여서 나는데, 꽃이 달리는 줄기(화경)와 달리지 않는 줄기(무화경)가 같이 있습니다. 

꽃이 달리는 줄기의 잎은 긴 타원형 모양으로 잎자루가 없고, 꽃이 달리지 않는 줄기의 잎은 끝이 넓은 창모양으로 잎자루가 있습니다.

꽃은 7∼8월에 노란색으로 피는데, 두상꽃차례로 여러 개의 꽃이 모여서 핍니다.

설악산을 비롯해 백두대간의 높은 봉우리와 한라산에서 피는 산솜다리는 우리나라의 특산종입니다. 

예전에는 설악산이나 오대산을 가면 이 꽃을 넣어서 만든 플라스틱 열쇠고리나 문진 등을 만들어 팔 만큼 흔했던 꽃인데, 그런 남채로 인해 지금은 멸종위기종이 됐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멸종위기종인 산솜다리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이다. 사진=조용경

야생화 시인으로 불리는 김승기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우주를 안아 보려는 꿈이 / 높은 산을 오르게 했을까 / 설악(雪)의 암석 위에서 / 이슬 먹고 피는 / 꽃이여 / 솜털로 온몸을 둘렀어도 / 비바람 치는 / 벼랑 끝/ 바위를 붙잡은 손이 / 얼마나 시릴까”

산솜다리의 모습, 그리고 그 힘든 삶을 보는 것처럼 그려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그의 모습을 만나는 것이 '행운'이라고 할 정도로 귀한 꽃이 됐답니다.

산솜다리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입니다. 

워낙 귀한 꽃이라 높은 산의 험준한 바위틈에서 이 꽃을 만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네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