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ESG를 둘러싼 뜨거운 관심, 여전히 풀리지 않는 오해들...

조 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넥스트 자본주의, ESG' 발간...자본주의 대전환의 격변기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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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자본주의로는 안 된다.... 지금은 대전환의 격변기다.”

올 해 초 출범한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가장 먼저 전임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부터 재가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정부 핵심과제로 삼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지난 5월 22일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큰 화두의 한 대목이 기후변화였다. 양 정상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적극 협력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행보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맞물리면서 갑자기 ‘ESG’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용어로 이 세 가지 요소를 중시하는 경영이나 투자 방침을 뜻한다. 사실 ESG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 개념은 아니다. 특히 199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발생한 후에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자본시장에 대한 비판이 날로 커졌다. 주주의 이익만 신경 쓰는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 그로 인해 심화하는 양극화와 사회갈등, 발등의 불처럼 시급해진 환경 오염과 기후변화 문제 등이 오늘날 ESG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이다. (본문 p.283)- 3 -

그러나 ESG는 여전히 낯설고 떨떠름한 개념일 뿐이다. 한번 쯤 들어보긴 했지만, ‘어차피 기업더러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착한 일 하라는 이야기겠지’ ‘기부 행위 비슷한 건데 이름만 바꾼 거겠지’ 하고 냉소하기 일쑤다. 투자자나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을 챙기고 그동안의 죄를 반성하는 의미의 마케팅, 혹은 경영자에게 가해지는 불필요한 사회적 압력 정도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거기에는 ESG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있다. 문제는 이런 불신이 제대로 된 ESG 전환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경영자가 아닌, 투자자가 바꾸는 미래… 통섭적 경제학자가 보는 ESG는 한 마디로 ‘자본주의의 진화’다!

제대로 된 이해 없이 ESG에 대한 지지와 불신만 난립하는 현 상황을 바로잡아줄 한 권의 책이 출간됐다. 전 SK브로드밴드 사장과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을 지냈던 조 신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가 쓴 책이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기업이나 경영의 시각이 아니라 ESG 열풍을 실제로 가능하게 한 ‘투자’ 관점에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자본시장 전체를 움직이고 있는 투자 기준의 변화가 이론적으로 타당하며 지속가능한지 검증하고, 기업에는 어떤 인센티브가 있는지, 또 현실 투자와 기업 경영에 적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촘촘한 논의를 전개한다. 그 결과 제대로 된 ESG는 돈이 된다는 잠정적인 결론에 다다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ESG 전환이 우리나라 미래세대를 위해 가야 하는 길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마케팅이나 한때의 유행이 아닌 ‘자본주의의 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얼마 전부터 ESG를 종합적으로 다룬 몇몇 책이 출간되었지만 다소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기업의 ESG 활동이나 트렌드는 잘 소개하고 있었지만 ESG 전환의 핵심 동인이 무엇인지, 이에 동참하는 이들에게 어떤 인센티브가 있고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게 되는지, ESG 전환으로 만들어질 미래의 모습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충분히 분석이 이루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실제로 ESG 전환을 촉발한 투자자에 대한 분석은 거의 없었다.” 

조신 교수는 경제학자로 출발해서 국내 최정상 IT 기업의 경영인과 정부 정책 입안자를 거쳐온, 흔치 않은 이력을 보유한 통섭형·실무형 학자다. 이론과 현실, 개념과 트렌드를 폭넓게 아울러야 하는 ESG를 가장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 석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지속가능한 미래와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ESG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각오로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ESG에 올라타야 하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깊이 있는 경제적 통찰을 줄 기본 지침서다.

chang@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