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광범위한 인맥이 오히려 컷오프 이유?

86그룹 등 인맥 불구 확실한 고정표 부족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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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혜 기자

| 2016.08.08 15: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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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예비 경선에서 송영길 후보가 탈락했다. 이 날은 추미애, 이종걸, 김상곤, 송영길 후보 4명 중 본선에 오를 3명의 후보를 결정했다. 예비 경선 과정에서 추미애 후보와 함께 ‘2강(強)'’으로 예측됐던 송영길 후보였기에 송 의원의 ‘컷오프’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송영길 의원이 더민주 당 대표 예비 경선을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고 예측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송 의원은 ‘86그룹’이라는 점, 또 호남 출신이라는 점, 예비 경선 과정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표심을 동시에 공략해왔다는 점에서 무난히 본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측됐다.

하지만 이같이 ‘광범위'하게 뻗어나간 송영길 의원의 정체성은 어느 쪽에서도 확실한 지지층을 쌓지 못했다. 오히려 정체성이 모호해져 1인 1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는 예비 경선에서 고정표를 확보하지 못해 탈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민주는 1980년대 학번과 1960년대 출신의 운동권 출신 인맥들인 ‘86그룹'이 4·13 총선을 기점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상호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고 박완주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로, 기동민 의원이 원내대변인으로 임명되는 등 운동권 출신 ‘86그룹’이 더민주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송 의원은 대표적인 ‘86그룹'의 일원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1984년도에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6월 민주항쟁이 있었던 1987년 당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회장이었다.

송 의원은 더민주 ‘86그룹' 의원들과 광범위하게 이어져 있다. 우상호, 우원식, 조정식 의원과 연세대 동문으로 이어져 있으며 더민주 박홍근 의원과도 전남 고흥 출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부의장과 동우회 회장 출신인 송 의원은 전대협 간부 출신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와 연결돼 있어 당내 강세를 보이는 ‘86그룹’의 표심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됐다.

하지만 당 내에는 같은 ‘86그룹' 출신인 우상호 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까지 ‘86그룹’ 출신이 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당내 비주류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더민주에 영입될 당시 ‘86그룹' 등 운동권 문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86그룹', 연세대학교 동문, 전남 고흥 출생 등 폭넓은 인맥을 구성하고 있던 송영길 의원. 하지만 이 점이 송영길 의원에게 확실한 고정표가 부족하게 돼 결정적인 패인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계파' 관계에서도 송 의원의 표는 분산됐다. 송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노·범주류 의원에 속해있다. 하지만 송 의원은 예비 경선 과정에서 주류와 비주류 그룹들을 가리지 않고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추미애 후보는 대구 출생으로 4인의 후보 중 유일하게 TK(대구·경북) 출신이다. 이종걸 후보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김성수 의원과는 경기고 동문이며,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는 금태섭, 조응천 의원 등이 있다. 진영 의원과는 경기고-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연결돼 있다.

‘호남' 그룹의 표심도 크게 확보하지 못했다. 송영길 의원은 전남 고흥 출신이다. 하지만 김상곤 후보 역시 1949년 광주출생으로 호남의 표심을 공략했다. 김 후보는 이종걸 후보, 김홍걸 전 더민주 통합위원장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며 호남 표심에 호소했다.

게다가 김상곤 후보는 제15대 경기도 교육감(2010.07~2014.03) 출신으로, 예비 경선 선거인단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당내 기초자치단체장 그룹의 지지층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폭넓은 인맥이 있었던 송영길 의원이었기에 무난히 본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측되는 송영길 의원을 제외하고 표가 분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투표 결과 친노·친문 주류 그룹의 표는 추미애, 김상곤 후보가, 비주류 그룹의 표는 이종걸 후보가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의원의 컷오프로 오는 8월 27일 더민주 전당대회는 추미애, 이종걸, 김상곤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2약(弱)’으로 점쳐졌던 이종걸, 김상곤 후보가 예상 외로 높은 득표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며 전당대회는 예측이 어려워졌다.

[데이터뉴스 = 안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