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것만 좋은 게 아닌 세상,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

30대 그룹 부회장단 평균과 비교해 임원, 사장, 부회장 직위 오를 수록 승진 기간 더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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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은 30대 그룹 부회장단에서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입사 후 부회장이 되기까지
40년 넘게 걸렸는데, 가장 오래 걸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41.3)이 고졸 입사자인 점을 감안하면 하 부회장의 승진 기간이 사실상 가장 긴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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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데이터뉴스 인맥연구소 리더스네트워크에 따르면 30대 그룹 부회장 38(오너 일가 제외)의 입사 후 직위별 승진 기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 부회장은 현재 자리에 오르기까지 40.3년이 걸렸다. 30대 그룹 평균(34.5)보다 6년 정도가 더 걸렸다.

하 부회장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77LS네트웍스의 전신인 국제상사에 입사했다. 이후 1987년 럭키금성상사(LG상사)로 이동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19년 만인 1996LG상사 홍콩지사장(이사 대우)으로 처음 임원이 됐다.

첫 임원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도
30대 그룹 부회장단 평균인 17.9년보다 1년 이상 느렸다.

임원에서 사장이 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 30대 그룹 부회장들은 평균 10.7년 만에 첫 임원 승진 후 사장이 됐지만, 하 부회장은 13.2년이 걸렸다. 입사 후 사장 승진까지 32.2년이 걸렸는데, 하 부회장보다 오래 걸린 인물은 조 부회장을 비롯해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33.2년),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32.9년) 뿐이다.

입사 후 부회장까지는 상대적으로 더 늦었으며
, 30대 그룹 부회장들의 평균 승진 기간과 시간차는 6년으로 더욱 더 벌어졌다. 이렇다보니 하 부회장은 30대 그룹 부회장 중 나이가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렇다고 하 부회장이 임원 재직 기간 중 성과가 미약했던 것은 아니다
.

정통 상사맨으로 불리는 하 부회장은
LG상사에서 인도네시아 지사장을 비롯해 일본법인장, 패션부문장 자원원자제부문장 등 회사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2009년에는 최고업무책임자(COO)로서 사장 승진했고, 2010년에는 처음으로 대표이사가 됐다.

LG
상사 재직 시절 하 부회장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신시장을 개척했고,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석유, 석탄, 비철금속 자원 확보를 주도했다. 또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청정개발체제(CDM), 팜농장사업 등 회사의 미래 먹거리 창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
상사 사장 취임 후에는 임직원들에게 프로 상사맨이 돼 달라는 주문을 입버릇처럼 했으며, 회사 구성원들의 개인사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대리와 과장급으로 구성된 CA들과 회사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임직원 애로사항을 챙긴 ‘CA(Change Agent) 간담회가 대표적인 예다.

2014
년과 2016년에는 GS E&R, GS에너지 사장을 지냈고,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이 됐다.

s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