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의 데이터읽기] 박근혜 6개월, 도넘은 공기업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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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규 데이터뉴스 편집국장

살면서 가슴에 상처 하나쯤 없겠는가. 아픔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초월의 힘이 곧 흔히 말하는 내공이다.

내공이 없다면 무서운 자기합리화가 필요하다. 분명 자신에게 큰 상처가 났는데도, 아프다 느끼지 않을 유체이탈적 외면의 기술. 자신의 잘못인 줄 모르니 죄의식도 없고, 베인 줄 모르니 아픔을 느끼지도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합리화하며 다시 자기중심의 시계만 돌릴 뿐이다.  

데이터뉴스 편집국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해석하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에 시선이 가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에 자연스럽게 읽히는 세상이 있다. 특히 비정상적 혹은 비상식적 돌출 통계에서는 우습게 돌아가는 세상을 본다.

201610. 최순실 사태가 jtbc의 태블릿PC 보도를 기폭제로 세상밖에 돌출했다. 몇 개월간의 진통을 겪고 난후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되고, 다시 검찰에 의해 구속되기까지 6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린 피 흘리며 신음하는 대한민국을 목격했다.

20174, 돌이켜보니 이런 신음 속에서도 세상은 참 뻔뻔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파멸의 순간에도 유체이탈적 외면 속에 누군가는 그들의 길을 갔다. 그 사이 숨죽인 권력은 지 밥그릇을 조용히 챙기고 있었다.

데이터뉴스 조사결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후 최근 6개월 사이 신규 선임된 공기업CEO와 공공기관장은 모두 62명이다. 이들 중 31, 50%가 전직 관료 출신이다.

조사 가능한 대한민국 공기업, 공공기관 수장은 모두 324명이다. 이들 중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전직관료 출신 비중은 32.4%였다. ‘관피아가 극성을 부려 사회문제가 되자, 정부차원에서 관피아 척결을 외첬던 시절에도 40%를 넘지 않았다. 통상 10명중 3명 정도에서 멈추는 정치적 배려, 균형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을 전후한 권력 공백기를 틈타 10명중 5명의 관피아가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낙하했다. 이처럼 많은 전직관료가 단기간에 낙하산을 타는 일은 드물다.

31명의 관피아가 공기업, 공공기관장으로 선임되면서 관료출신은 전체 324명 가운데 111(34.3%)이 됐다. 학계 90(27.8%), 공공기관 60(18.5%), 민간기업 25(7.7%) 등이다.

전직관료출신 대다수는 자신들이 공무원으로 있던 부처 산하기관을 꿰찼다. 국민 시선이 대통령 운명에 쏠리고, 절대권력의 인사개입이 느슨해 진 틈을 타 대규모 작전이 벌어진 듯하다.

관피아가 절대 악은 아니다. 정부부처에서 축적한 전문지식을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 펼칠 수 있다. 관련부처와 원활한 소통이 절실한 공기업으로서는 해당부처 출신 CEO가 경영에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이런 장점은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 산하기관에 가 있는 선배와 부처에 남아 있는 후배간 카르텔, 이너서클은 부패의 고리가 된다.

6개월 사이, 비상식적으로 돌아간 세상. 30%대 초반을 유지하던 전직관료 출신 비중의 50%대 폭증, 상식의 파괴는 금새 통계수치의 변화에서 확인된다.

곪아 썩은 살 도려내는 일이 어디 쉽겠나. 어금니 하나 뽑아내려 해도 치조골에 박힌 뿌리 빠져나오지 않으려 발버둥치지 않던가. 촛불과 함께, 혹은 그 반대편의 깃발과 함께 여섯 달이 흘렀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세우기 어렵다. 그것이 절대적인 권력일 때는 더 그렇다.

잠시 맡겨둔 절대 권력과 힘의 사용에 대한 신뢰, 그것이 파괴되면 회복 불능이다.

절대 권력은 강력했던 만큼, 걷잡을 수 없이 초고속으로 무너져 내렸다. 데이터뉴스는 추락의 순간을 틈타, 새로운 기회를 잡은 이들을 주목한다. 31명의 전직관료 출신 공기업, 공공기관장들의 진짜 내공이 궁금하다.

mathing@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