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업비트에 공들이는 이유는?

가상자산 실명계좌 유치 뒤, 원화 코인·해외송금·결제까지 연결 모색

하나금융이 업비트에 공들이는 이유는?

▲ 송치형 두나무 회장 / 사진 = 두나무

하나금융지주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의 제휴에 열중하고 있다. 시작은 해외 송금 분야 등에서의 협력이다. 하나금융은 특히, 올해 10월로 종료되는 케이뱅크와 업비트간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계약을 하나은행으로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가상자산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앞세우는 모습이다. 

이는 전통 금융이 가상자산을 ‘관리 대상’이 아닌 ‘핵심 인프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가 사실상 허물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만이 아니다.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인마켓캡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 2조 9355억 원중, 업비트가 2조 24억 원을 기록하며 금액기준 전체 시장의 68.2%를 점유했다. 이용자 수·유동성·보안 역량 등을 감안하면, 업비트는 사실상 국내의 표준에 가깝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 지갑 인프라, 실시간 결제·정산 역량까지 갖춘 ‘가상자산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 금융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파트너다.

하나금융이 두나무와 손잡은 배경에는 ‘은행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라는 현실 인식이 읽힌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보다 중요한 것이 유통과 사용처다. 은행은 신뢰와 규제 대응에 강점이 있지만, 실제 사용자를 움직이는 플랫폼 역량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앞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상품’이 아니라 ‘결제·송금 인프라’로 보고 있다”며 “그 인프라를 빠르게 확장하려면 두나무 같은 플랫폼 파트너가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 알려진 양사 협업의 출발점은 해외 송금이다. 이는 테스트베드 성격이 강하다. 해외 송금은 수수료·속도·중개은행 문제 등 기존 금융의 한계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송금 비용을 크게 낮추고 처리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시장에서는 협업의 무게중심이 곧 결제와 자산관리(WM)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될 경우, 업비트의 가상자산 생태계와 하나금융의 은행·카드·증권 인프라가 결합해 새로운 결제·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결합이 진행되는 현재 상황에서, 하나금융까지 연결될 경우 ‘은행–거래소–빅테크’의 삼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기존 카드사 중심의 결제 시장에도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양사간 협업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규제 불확실성이 크고, 금융사는 혁신 속도가 느리다는 약점이 있다. 공조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지주 차원의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금 관리, 보안 체계, 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려 한다. 두나무는 여기에서 기술과 플랫폼 운영을 맡는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 이는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시행될 경우 가장 현실적인 ‘은행-거래소 협업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초기에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하나금융에는 유리한 대목이다. 제도권의 신뢰를 은행이 담당하고, 혁신의 속도는 가상자산 기업이 끌어가는 구조다.

하나금융–두나무간 협업은 다른 금융지주에도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케이비·신한·우리금융 등도 빅테크, 핀테크와의 연계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가상자산 핵심 사업자와의 공개적 협업은 하나금융이 가장 앞서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제 가상자산을 외면하는 전략은 불가능해졌다”며 “하나금융과 두나무의 협업은 금융권 전체에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하나금융이 노리는 것은 스테이블코인만이 아니라, 가상자산을 금융 시스템 안으로 흡수하는 주도권 확보로 보인다. 하나금융과 두나무와의 협업은, 한국형 전통금융과 가상자산업이 결합하는 ‘금가(金假)융합’의 실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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