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등 로켓·위성·인공지능(AI)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인 스페이스엑스(X)가 이동통신 사업에 나선다. 위성망과 지상망을 결합한 독립적인 이동통신 사업자를 지향하기 시작했다고 미국의 경제통신사 블룸버그가 최근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미국에서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로 탈바꿈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주파수 대역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티(T)모바일,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에이티앤티(AT&T) 같은 미국의 기존 통신업계 강자들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스페이스X가 투자회사 그레인 매니지먼트(Grain Management LLC)로부터 확보하는 새 주파수는, 스타링크 위성망을 통해 실내에 있는 기기에도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스타링크는 광대역 인터넷과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1만1000기 이상의 위성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받으면, 스페이스X는 위성에서 휴대전화로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와 지상 통신망을 결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어디서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
스페이스X의 발표 이후 주요 통신사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9일 뉴욕 증시 장중 AT&T와 버라이즌 주가는 각각 약 11% 하락했고, T모바일은 12% 떨어졌다. 반면 스페이스X 주가는 1% 상승했다.
그러나, 기존 대형 통신사와 대등한 전국 단위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위성을 추가로 발사하고, 스타십(Starship) 로켓을 개발하며, 우주 기반 서비스의 한계를 보완할 지상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머스크는 지난 8일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저대역 주파수를 가리켜 “스페이스X가 미국 전역에 완전한 휴대전화 커버리지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주파수 퍼즐의 마지막 핵심 조각”이라고 말했다.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 사업은 이미 휴대전화에 데이터를 직접 전송하고 있다. 기존 지상 이동통신망이 연결되지 않는 음영지역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현재 위성망과 결합할 자체 지상 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스페이스X가 경쟁력 있는 지상 통신망을 구축하려면 기지국 부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숀 디플리와 윌리엄 태킷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분석했다. 전국 단위 통신망을 구축하고 운영하려면 △수십억 달러(수조원) 규모의 물리적 인프라, 그리고 △정부가 규제하는 희소한 주파수가 필요하다.
기존 통신사와 손잡을 것인가, 독자 노선을 택할 것인가
스페이스X는 이 과정을 앞당기기 위해, 기존 대형 통신사 중 한 곳과 제휴해 해당 기업의 지상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스타링크 모바일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통신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주파수 인수는 스페이스X가 협력할 의사가 있는 통신사를 찾지 못할 경우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 혹은 그렇게 하겠다는 위협을 한층 강화한 것”이라고 뉴스트리트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바든은 말했다. 이어 이번 거래에 대해, 스페이스X가 자사의 재무적 여력과 막대한 자원을 활용해 기존 통신사들을 상대로 최대한 강력한 압박 전략을 구사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그는 평가했다. 이번 거래는 스페이스X가 기존 통신사에 직접적인 경쟁자로 다가가면서, 오히려 이들 통신사가 스페이스X와 협력하도록 압박하는 전략적 수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새로 확보하는 주파수를 초기 위성 및 지상 통신 서비스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지상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이번 주파수 매입의 주된 목적은 협상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본다”라고 파이퍼 샌들러의 애널리스트 알렉산더 포터와 벤 존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분석했다. 즉, 스페이스X는 자체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기존 통신사들에 ‘협력하지 않으면 직접 경쟁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
스타십의 성공이 스타링크 모바일의 미래를 좌우
스페이스X의 이동통신 사업 확대는 핵심 요소인 스타십의 성공에도 달려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고 있다. 초대형 로켓인 스타십은 스페이스X의 미래 사업 전반을 떠받칠 핵심 운송수단으로 개발되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스타링크 광대역 위성은 물론, 향후 AI를 위한 궤도 데이터센터까지 발사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스타십은 스마트폰 연결에 특화된 훨씬 더 큰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하는 역할도 맡는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스타십은 지난 10년 가까이 개발돼 왔다. 스페이스X는 9월 이 로켓을 처음으로 궤도에 진입시키고, 업그레이드된 스타링크 광대역 위성들을 배치했다.
그러나 비행 중 일부 엔진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가 향후 스타십의 비행 일정과 개발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
스페이스X는 이번 주파수 인수를 발표하면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차세대 스타링크 모바일 위성 1만5000기를 발사할 수 있도록 최근 승인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 회사는 새롭고 더 큰 위성들을 내년부터 스타십으로 발사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성들은 “현재 세대보다 100배가 넘는 대역폭”을 제공할 것이라는 게 이 회사 측 설명이다.
주파수 거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아
블룸버그는 지난 8월 스페이스X가 그레인의 주파수 매각 입찰에 관심을 보인 기업 중 하나라고 처음 보도했다. 머스크는 당시 이 보도를 인용한 엑스 게시물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하며 관련 내용을 부인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거래의 가격은 스페이스X나 그레인이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디플리와 태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당 주파수의 가치를 고려하면, 거래 규모가 60억~80억 달러(약 8조 172억~10조 6896억 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도 주파수 시장 확대를 추진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은 미국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경쟁과 투자가 상당히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씨엔비씨(CNBC) 인터뷰에서 주파수 거래만으로도 1000억 달러(약 133조 6200억 원)를 넘는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2년 동안 10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주파수를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카 위원장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소비자에게 더 낮은 통신요금이라는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거래 대상이 된 800㎒ 대역의 주파수 면허는 그레인이 8월 T모바일과 주파수 교환을 마친 뒤 확보한 것이다.
FCC가 승인한 해당 거래의 조건에 따르면, 그레인은 그동안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던 주파수를 개발할 사업자를 찾기 위해 입찰을 진행해야 했다. 이 주파수 면허는 미국 인구의 거의 전부를 포괄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위성통신 사업자들이 음성통신 서비스를 위해 위성과 지상망을 연결하는 지상 측 연결 지점, 즉 네트워크의 접속 기반을 마련하는 데 가치가 큰 것으로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그레인은 과거 이 800㎒ 대역이 지상 이동통신 서비스에만 사용됐더라도, 위성 기반 서비스와 지상 서비스가 공존할 수 있다고 확신해 왔다고 회사의 입장을 잘 아는 관계자는 지난 8월 블룸버그에 전했다.
스페이스X는 기존 통신사의 고객을 빼앗을 수 있다고 자신
스페이스X의 그윈 쇼트웰 사장은 지난 8월 회사의 첫 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동통신 사업자로 변신하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스페이스X가 지상 통신망을 확충할 의사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쇼트웰 사장은 현재 대형 통신사들이 보유한 사업과 경쟁하는 데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우리는 기존 통신사들의 고객을 상당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 서비스가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 “앞으로 스타링크 모바일이 어떻게 발전할지 매우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관련해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우주 인터넷을 장악한 스타링크, 지상에서도 AT&T와 버라이즌을 흔들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최근 기사에서 “스페이스X는 궁극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도 휴대전화에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그러나 통신망 용량과 지상 인프라라는 장애물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동통신 전담 사업부를 개발해 왔다. 기존 통신사의 가입자가 외딴 지역으로 이동했을 때 스타링크 위성을 이용해 제한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미국에서는 T모바일과 제휴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위성 서비스 사업자가 휴대전화에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의 위성 연결은 휴대전화에서 이용할 때, 지상 이동통신망보다 속도가 느리고 성능도 떨어질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스페이스X가 위성만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위성 서비스 사업자인 스타링크가 휴대전화에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의 위성 연결은 휴대전화에서 이용할 때 지상 이동통신망보다 속도가 느리고 성능도 떨어질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스페이스X가 위성만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건물 내부나 터널 등 장소에 통신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지상 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WSJ는 밝혔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