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규 칼럼] 청주시의 ‘교통체계혁신’에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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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규 데이터뉴스 대표

지난 금요일 아침에 반가운 뉴스가 하나 떴다. 청주시가 지난해 교통신호 체계를 개선한 결과 연간 289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고 했다. 

교차로를 낀 청주 시내 도로는 총연장 206㎞. 청주시는 이 가운데 685개 지점의 보행 신호 179건, 연동 신호 242건 등 1333건의 교통신호체계를 지난해 개선했다. 그 결과 차량 평균 운행 속도는 시속 39.5㎞에서 40.1㎞로 빨라졌고, 보행자의 횡단보도 평균 지체 시간은 44.8초에서 37.6초로 단축, 교통사고 건수도 20% 감소했다고 한다. 청주시는 교통신호체계 개선을 통해 연간 차량 운행 비용 115억원, 교통 혼잡 비용 165억원, 환경오염 비용 9억원 등 총 289억원의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청주시의 이 같은 혁신에 대해 갈채를 보낸다.   

필자는 2002년 문화일보 재직 당시 교통연동시스템에 대해 컬럼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무엇보다 원시적인 교통신호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교차로마다 신호대기 하고, 신호를 어기면 다음 교차로를 서지 않고 통과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교차로 교통사고가 많으며, 결국 세계 교통사고율 최고를 자랑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2001년 프랑스의 지중해도시 마르세유에 갔을 때의 감동도 예로 들었다. 마르세유 해변에서 롱샹궁전으로 가는 동안 수㎞를 시속 40㎞로 달리는 동안 한 번도 신호대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상속도를 지키지 않고 달리는 차량은 신호대기를 해야 한다. 파리의 반지하성 순환도로와 죄회전신호 보다는 유턴신호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도... 

한국의 교통신호체계는 지금이나 그 때나 거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텔레매틱스산업은 남의 나라얘기다. 새로운 교차로가 생기면 당연히 신호등이 설치되고, 뒤늦게 지하도로를 뚫는다. 이러한 원시적인 교통정책으로 허공에 날려버리는 기름 값만 하루에 수천억원씩이 넘을 것이다. 개인들의 시간비용까지 따지면 상상을 초월한다. 회전교차로해도 영국 등 세계 각국은 오래전부터 설치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야 도입되고 있다. 특히 충북 영동군의 경우 지난해 말 영동읍 중앙사거리는 물론 시내 7곳에 회전교차로를 만들어 주민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구례군 역시 군청 앞 회전교차로를 확장했다. 제주도와 합천군, 원주시, 경산시 여러 지자체들도 최근 경쟁적으로 회전교차로를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회전교차로를 구경하기 힘들다. 경기도 역시 신도시를 건설해도 여전히 좌회전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하기에 바쁘다. 이들 도시는 교차로마다 자동차가 신호대기 중이다.

회전교차로란 진입자동차가 일단 멈춘 후 회전차로에서 주행하는 자동차에 양보하고, 교통신호 없이 교차로 중앙에 원형교통섬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여, 저속으로 교차로를 통화하는 교통체계로, 미관은 물론 일반 평면교차로보다 교통사고율이 44%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교통량이 많고 도로가 넓은 곳에서는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지적도 있다. 허나 극히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렇지 않음을 예로 증명되고 있다.  외국인에 한국에 오면 가장 놀라운 것 중의 하나가 교통연계시스템과 싼 요금이라고 한다. 이제는 환승시스템과 버스전용도로, 시간안내 등의 편리를 넘어 교통연동시스템과 회전교차로 적극 도입, 한 단계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텔레매틱스 기술도 적극 도입해야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07년 7월 11일 광화문~동대문까지 신호를 한 번도 안 받고 달릴 수 있는 유기적인 교통연동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무상급식 파동으로 시장에서 물러나고, 박원순 시장 체제가 되면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한국은 IT강국이다. 도시 전체의 시간대별 교통량을 빅데이터로 분석, 연동시스템을 만든다면 차원이 다른 교통흐름으로 바뀔 것이다. 교차로만 만나면 귀신같이 빨간신호등으로 바뀌는 구조만은 개선되어야 한다.  한 가지 제안을 드린다면 오스트리아 슈테판 광장 같은 관광구역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예를 들어 종로에서 명동까지 한 불럭을 관광특구로 만드는 것이다. 차량진입 금지는 당연하다. 차 없는 거리마다 고풍스런 돌로 평지 보도블럭으로 꾸미고, 노상카페를 만들어 축제 분위기를 띄운다면 빈의 슈테판거리나 로마광장만 못할 리 없다. 필요하면 4대문 전체를 이러한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전국 도시 곳곳을 이런 식으로 꾸며도 좋을 것이다. 

스페인 폰테베드라시는 도심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15년 째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중구 절반 정도의 면적에 6만5000명이 살고 있는 이 도시는 시 외곽에 큼지막한 공용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걸어들어오도록 한 것. 골목상권이 살고 관광수입이 크게 증대했다. 덕분에 그곳 시장은 벌써 5번이나 연임했다. 스페인은 나라 전체가 사실상 황토사막과 같다. 그러나 ‘순례자의 길’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스페인의 관광수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관광수입은 그 전해보다 12% 증가한 950억달러를 달성했다. 우리처럼 삼성과 LG같은 대기업도 없다. 벤치마킹도 창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