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권력] 문재인 정권 줄대기? 대기업 사외이사로 간 참여정부 인사들

유인태 김성진 권오규 이강철 김대유 등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올해만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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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대기업 사외이사 진출이 최근 크게 늘었다.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영전반에 대한 감시역할 보다는 문재인 정부들어 정치권을 비롯한 권력에 영향력을 갖기 위한 기업의 전략 아니겠냐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4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기업의 사외이사 선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5명이 코오롱글로벌 등 4개 대기업의 사외이사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인태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은 지난달 23일 유통, 무역, 건설사업이 주력인 코오롱글로벌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유인태 사외이사는 1992년 14대 국회에 민주당 의원으로 입성한 뒤 17,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정치인이다. 유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일했다.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달 말 포스코의 사외이사로 자리를 잡았다. 재정경제부에서 오랫동안 정부 예산을 다뤄온 김성진 사외이사는 유인태 전 비서관과 같은 시기인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책관리비서관과 산업정책비서관으로 일했다. 김 사외이사는 이후 중소기업청장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해 대표적인 관료 출신 인사로 꼽힌다.

권오규 전 부총리는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권오규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조달청장을 거쳐 2003년 대통령비서실에 들어가 정책수석비서관, 경제정책수석비서관, 정책실장을 맡았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경제부총리로 일했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은 지난달 말 KT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오랜 기간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시민운동을 해온 이강철 사외이사는 2005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통계청장을 역임한 김대유 사외이사는 2007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맡았다. 두 명의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가 같은 시기 한 기업의 사외이사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의 대기업 사외이사 진출과 관련해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기업들의 의도가 포함됐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특성상 사외이사 제도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함께 가급적 해당 기업 주력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기업 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주력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기업 운영 경험이 없으면 경영진에 대한 적절한 제어와 올바른 의사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료나 정치인이 다수인 청와대 출신은 이 같은 조건과 거리가 있어 그동안 비판받아온 사외이사의 거수기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