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오너4세 경영체제, 성적표 '실망'

박지원 중공업 회장·박태원 건설 부회장, 실적 우울...박정원 그룹회장도 재무구조 개선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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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두산그룹 주력 계열사를 이끄는 오너 4세들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다. 두산그룹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제외한 오너 3세 대부분이 2선으로 물러난 가운데, 4세들이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등 주력 계열사를 경영하고 있다.

9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두산그룹 상장 계열사의 사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박지원 회장이 이끄는 두산중공업과 박태원 부회장이 경영총괄을 맡은 두산건설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 두산중공업은 최근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박지원 회장이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2001년 기획조정실장(부사장)으로 두산중공업과 인연을 맺은 뒤 대표이사 사장, 대표이사 부회장에 이어 현재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박 회장이 몸담은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로 부정적인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2017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별도 기준 실적은 좋지 않다. 별도 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2조8466억 원, 영업이익 1434억 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3조1437억 원, 영업이익 1990억 원) 대비 각각 9.5%, 27.9% 감소했다. 신규수주 상황이 좋지 않아 전망도 밝지 않다는 평가다. 중공업부문 신규수주 규모는 2016년 9조 원, 2017년 5조 원, 2018년 3분기 누적 3조7000억 원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일부 직원을 계열사로 전출시킨데 이어 올해는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2개월 이상 유급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3월 정지택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데 이어 김명우 대표도 9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에 따라 3인 대표체제에서 박지원 회장과 최형희 부사장(CFO) 2인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이 회사에는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셋째아들인 박인원 부사장(Water BG장)도 몸담고 있다. 

박태원 부회장이 경영총괄을 맡고 있는 두산건설도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부회장은 박용현 이사장의 장남으로, 2007년 상무로 두산건설에 입사한 뒤 전략혁신부문장(전무), 메카텍BG장(부사장), 기자재 최고운영책임자(사장)를 거치며 줄곧 건설 사업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대한건설협회 대기업정책위원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건설 산업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와 맞물려 두산건설의 최근 성적은 신통치 않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1조675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1261억 원)보다 5.2% 줄었고, 영업이익도 401억 원으로 전년 동기(427억 원) 대비 6.1% 감소했다. 특히 2016년 3570억 원, 2017년 1840억 원의 당기순손실에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92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장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건설은 현금창출력에 비해 과도한 차입금 등 재무불안 우려로 지난달 회사채 신용등급이 BB+에서 BB로 하향조정됐다. 현재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그룹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낮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2016년 취임 이후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의 부채는 2016년 말 20조7639억 원에서 2018년 9월 말 21조6562억 원으로 9000억 원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262.8%에서 277.0%로 14.2%p 높아졌다.

다만 ㈜두산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전망치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503억 원을 기록,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조 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주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실적 호조가 지주사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에는 젊은 오너 4세가 2명 더 있다.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의 차남 박석원 부사장이 정보통신BU를 맡고 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박서원 전무는 유통CSO를 맡아 면세점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두산 계열 광고회사 오리콤은 박용곤 명예회장 장녀 박혜원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이지만 총괄 부회장 직함을 달고 오리콤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두산의 상장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오리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480.2% 늘면서 실적 상승을 이어갔다. 

한 때 경영난을 겪었던 건설기계 및 엔진 기업 두산인프라코어와 건설장비 기업 두산밥캣은 지난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증권사 전망치 기준으로 지난해 9004억 원과 469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대비 각각 36.3%, 19.1% 증가가 예상된다. 

오너 3세인 박용만 회장이 이끄는 두산인프라코어에는 오너 4세 중 회장의 차남 박재원 상무가 근무하고 있다. 또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두산밥캣에는 박용현 이사장의 차남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대표가 일하고 있다. 이들 오너 4세는 아직 기업 경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아 경영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