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낙점한 LG디스플레이, 오버랩 되는 2007년의 '좋은 기억'

CFO 출신 새 수장 선임, 실적 반전 중책…LG필립스LCD 시절 권영수 구원등판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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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의 책임을 진 부회장의 용퇴, 실적 개선의 중책을 떠안은 ‘재무통’ 구원투수의 등장.

LG디스플레이가 LG화학 CFO 출신의 정호영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한 결정이 13년 전 당시 LG전자 CFO였던 권영수 ㈜LG 부회장(당시 사장)을 CEO로 선임한 때와 여러 모로 닮아있다. 권 부회장은 경영 첫 해인 2007년 대규모 적자를 흑자로 되돌리며 성공적인 결과를 만든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6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정호영 LG화학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2012년부터 LG디스플레이를 이끌어온 한상범 부회장은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퇴진을 선택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17년 2조4616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929억 원으로 급락했다. 증권가는 올해 LG디스플레이가 80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5008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중국 제조사의 공급량 급증에 따른 국제 LCD 패널 가격 급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는 LG필립스LCD 시절인 2006년에도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당시에도 패널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879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구본준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LG전자 CFO였던 권영수 부회장을 새로운 CEO로 낙점했다. 바통을 이어 권영수 부회장은 2007년 대규모 실적 개선을 달성하면서 성공적인 CEO 교체 사례를 만들었다. 2007년 LG필립스LCD는 전년보다 3조700억 원 이상 늘어난 14조35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1조50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6년과 2019년의 LG디스플레이는 둘 다 시장 환경 악화로 실적이 급락했고,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진 CEO의 후임으로 재무 전문가를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권영수 부회장과 정호영 사장은 적지 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LG전자 CFO 경험을 갖고 있다. 2006년 LG전자 CFO였던 권 부회장이 LG필립스LCD로 옮긴 뒤 자리를 이어받은 이가 정 사장이다.

CEO가 되기 전부터 LG디스플레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권 부회장은 LG전자 M&A추진팀장 시절 필립스와의 합작사업에 참여해 LG필립스LCD 설립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2008년부터 6년 간 LG디스플레이의 CFO로 재직하며 살림살이를 책임진 바 있다. 특히 4년 동안 권 부회장과 LG디스플레이의 CEO-CFO 체제를 이루며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권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을 반전시키며 성공적인 CEO를 시작한 지 12년 만에 정 사장이 같은 무대에 오르면서 다시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2년 이후 이어온 LG디스플레이의 흑자행진이 올해 멈출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 사장이 내년에 2007년의 좋은 기억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업계는 내년 LG디스플레이 실적과 관련해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LCD 패널 가격 안정과 본격적인 OLED 생산라인 가동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감산, 중국의 LCD 보조금 축소 등의 영향으로 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진정 국면을 거쳐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LG디스플레이가 뚝심 있게 추진해온 OLED 대규모 투자가 내년에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가운데 중국 광저우 대형 OLED 생산라인 가동, 중소형 OLED 패널 출하 증가 등으로 OLED의 실적 기여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관련업계는 이 같은 대내외 여건 개선으로 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 수 천 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실적 반전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