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구글의 ‘검색창’ 아닌 ‘인공지능(AI) 대화창’에 브랜드를 올려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이 정보의 새로운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마케팅의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를 챗지피티(ChatGPT)와 클로드(Claude) 등 AI의 챗봇 대화창에 노출시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광고업계에 ‘AI 모델 최적화(Artificial Intelligence Optimization)’라는 신조어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광고 대행사와 스타트업들은 AI 노출 도구를 개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 ‘램프(Ramp)’, 구인구직 플랫폼 ‘인디드(Indeed)’, 위스키 제조사 ‘시바스 브라더스(Chivas Brothers)’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AI 분석 스타트업 ‘프로파운드(Profound)’와 ‘브랜드테크(Brandtech)’가 개발한 특수 소프트웨어를 얼마 전 도입했다. 이 도구들은 AI 챗봇이 특정 브랜드를 얼마나 자주 언급하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용자 행태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필연적 조치라고 FT는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베인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의 80%가 검색의 40% 이상을 AI 생성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검색의 60%는 사용자가 다른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 AI 답변만으로 종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구글 검색의 상위 노출을 위해 검색엔진최적화(SEO)에 매달렸다. 이제는 AI 챗봇이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소개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며 “특히 여행·식음료·금융 등 추천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AI 언급 빈도가 매출에 직결될 것”이라고 FT에 설명했다.
관련 기술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AI 모델이 특정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부정적 감정을 보이는지 예측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최신 AI 모니터링 시스템은 수천 가지의 텍스트 프롬프트를 생성해 각종 AI 모델에 입력한 후, 특정 브랜드에 대한 ‘감정 분석’까지 수행한다. 예를 들어 “A 호텔은 가성비가 좋은가?”라는 질문에 AI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다각도로 테스트해 점수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웹사이트 콘텐츠를 조정해 AI 검색 결과에 더 잘 노출되도록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브랜드테크의 잭 스미스(Jack Smyth) 파트너는 “단순히 웹사이트가 검색되도록 하는 게 아니다. AI 모델 자체를 ‘궁극적인 인플루언서’로 인식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모델 점유율(Share of Model)’이라는 신상품을 출시해,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에 대한 AI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AI챗봇과 경쟁관계인 구글의 위상이 당장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1분기 검색·광고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9.8% 증가한 507억 달러(약 72조 1917억 3000만 원)로 호조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그록(Grok)’ 같은 챗봇이 잇따라 등장하고 AI 요약 기능이 점점 보편화하면서, 전통적인 검색 광고는 잠식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FT는 “컴팩트디스크(CD)가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순간처럼, 전통적 검색의 독점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한 키워드 조작이 아닌, AI가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 생산이 브랜드 생존의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AI 검색 전용 서비스인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최근 사용자 질문에 이어지는 ‘스폰서 질문’을 시범 도입하며 새로운 광고 모델을 선보였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 데니스 야라츠(Denis Yarats)는 “대형언어모델(LLM)은 웹 링크 평가보다 훨씬 정교한 과정을 거친다”라며 “SEO의 표적이 되기는 훨씬 어렵다. 이제 유일한 전략은 가능한 한 관련성이 높고 진정성 있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FT에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1990년대 검색엔진, 2000년대 단문메시지서비스(SMS)에 이어 2020년대는 AI 챗봇이 새로운 마케팅 전장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단순 키워드 삽입을 벗어나, AI에 친화적인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의 콘텐츠 제공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브랜드 소개 문구, 제품 설명 등도 LLM이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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