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진화하면서, 테크기업들은 이제 AI 에이전트를 복수로 활용하는 ‘멀티 에이전트(multiagent systems)’ 시대를 향해 경쟁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일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이들 테크기업은 AI 에이전트간의 ‘협업 표준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은 지금부터 AI의 다음 단계로, AI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운영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기술 혁신의 속도, 그리고 조직의 적응에 대한 시간차를 고려하면, AI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은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최근 진단했다. AI 개발자들은 고객 서비스, 코딩, 공급망, 물류, 재무, 마케팅, 사업 전략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협업 기반의 AI 에이전트 운영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는 마케팅, 공급망, 재무 등 다양한 분야에 총 50여 개의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최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액센츄어는 18~24개월 내에, 고객사 중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사용 비율이 3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WSJ에 따르면, 비엠더블유, 유니레버, 이에스피엔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12개의 전문 에이전트를 3개의 슈퍼 에이전트가 조율한다.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질문에 응답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예를 들어 ‘2025년 트렌드’라는 주제로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실행하면 AI 멀티 에이전트가 과거 유사 캠페인을 분석하고, 인간과 유사한 질의응답 등도 해준다.
빅테크 업계의 공룡들도 움직이고 있다. 세일즈포스와 구글은 AI 에이전트들 사이를 연결하는 ‘에이투에이(A2A·Agent-to-Agent) 프로토콜'을 지난 4월 발표했다. 이들 회사는 AI 에이전트들 간의 인증·식별·메시지 전달 등을 표준화, 실시간 자유로운 상호작용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세일즈포스의 게리 러홉트 부사장은 ”AI 에이전트들에 대한 협업 기술의 표준화로 다양한 AI의 연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의 부동산 테크 스타트업 키웨이는 이미, AI 멀티 에이전트 플랫폼을 통해 임대료 산정, 시설 관리, 인센티브 설계 등에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프린시펄 파이낸셜 그룹은 이미 보험, 자산운용 등 분야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데이터 파이프라인·거버넌스 모델 구축과 '인간-AI 실시간 협업'을 위한 워크플로우 개선이 핵심이다. 이 회사는 향후에는 은퇴 설계 최적화나 시장 분석까지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구조로 바꿀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퇴직금 관리, 자산 분석, 수익성 보고서 작성 등에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의 잠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각기 역할이 정해진 개별 에이전트 중심이지만, 머지않아 인간의 지시 없이도 에이전트끼리 논리적으로 협의하고, 실시간 협업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WSJ는 “복수 에이전트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업 업무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꿔놓을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