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로봇 배터리 시장에서도 격돌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오는 2032년 91조 원 규모가 예상되는 등 잠재성이 크다.
2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삼성SDI는 영업손실 4341억 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8.1% 증가한 3747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까지 진행된 고객사 재고조정으로 인한 가동륙 하락과 고정비 증가로 수익성이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흑자를 냈지만, 전기차 시장 고성장 시기였던 2023년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냈다.
양사의 올해 1분기 매출 합은 2023년 1분기 대비 33.1% 감소한 9조4418억 원, 영업이익 합은 적자 전환한 -5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시장의 더딘 회복세를 단적으로 반영한 실적이다.
이처럼, 전기차 캐즘에 따른 판매량 감소로 배터리사의 실적이 축소된 가운데 또다른 유망 시장으로 떠오르는 로봇이 돌파구로 낙점됐다. 전기차 시장이 올해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규 시장을 개척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로봇 산업군에서는 전용 배터리가 없어 전동 공구나 경량 전기 이동수단 등에 쓰이는 마이크로모빌리티용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삼성SDI도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인 달이(DAL-e)와 배송 특화 로봇 모베드(MobED),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의 레벨4 자율주행셔틀 로이(ROii) 등에 21700(21mm직경, 70mm 높이)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11월 LG전자 자회사인 베어로보틱스에 서비스 및 산업용 로봇에 21700 원통형 배터리 공급하고 있다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로봇의 특성상 배터리 탑재 공간이 제한적이고, 규격에 맞춰 작은 셀을 적용하면 출력 용량도 함께 줄어드는 문제가 있어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SDI는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서비스 로봇용 배터리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용은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게 제일 중요해 고에너지 밀도가, 복잡한 연산과 정교한 구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출력 성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도 경쟁 열기가 뜨겁다. 스마트폰 이후의 큰 혁신으로 꼽히는 휴머노이드의 시장 잠재력은 엄청나다.
시장조사 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는 지난 3월 휴머노이드 시장이 2023년 24억3000만 달러(약 33조5191억 원)에서 연평균 45.5%씩 성장해 2032년 660억 달러(약 91조394억 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구동기 등 핵심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포함하기도 했다.
업계는 삼성SDI가 현대차그룹과의 공동 연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는 향후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의 휴머노이드 기업에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올해 연말 생산공장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올 뉴 아틀라스'를 첫 투입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적합한 고출력 셀 개발을 통해 신규 어플리케이션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 HS(가전) 사업부문이 그룹 로봇선행연구소와 가정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어 그곳으로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계는 내년 양산될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2세대에 LG의 4680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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