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바이오선박유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선박유는 차세대 신재생에너지로, 온실가스 감축에 중추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사업분야다.
2일 데이터뉴스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최근 해운업계의 온실가스 조치가 강화되고, 바이오선박유의 운송 규제가 완화돼 바이오선박유 시장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해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감축을 목표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황산화물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20년 선박용 연료의 황 함량 기준을 3.5%에서 0.5%로 낮춘데 이어, 2022년부터 0.1% 이하로 내렸다.
지난 4월 11일에는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를 승인했다. 규제안에 따르면, 총톤수 5000톤 이상의 국제항해 선박은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 미충족 시 부과금을 내야하며, 이는 2027년 3월에 발효된다.
이러한 상황 속 선박업계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으로 바이오선박유가 떠오르고 있다. 황 성분이 없는 발전용 친환경 선박연료로, B30 혼합 선박유(바이오원료 30% 함량)는 기존 선박유 대비 약 25%의 탄소 감축 효과가 있으며, 폐식용유를 사용할 경우 80~90%까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교체하거나 선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바이오선박유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바이오선박유는 아직 시장이 작아 현재 정유사에서 매출 기여도는 적지만, 고부가가치 사업인만큼 수익성이 좋고, 잠재성이 높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선박유 시장 규모는 2024년 39억 달러(약 5조3570억 원)에서 연평균 7.3%씩 성장해 2034년 80억 달러(약 10조988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GS칼텍스가 지난 14일 국제해사기구(IMO)를 설득해 일반 급유선 운송이 가능한 바이오선박유의 바이오연료 함유 비율을 25%에서 30%로 늘리는 규제 개선을 이끌어낸 것도 긍정적이다.
기존에는 B30 선박유를 화학선으로 실었는데, 화학선은 운임비도 비싸고, 용선에서 부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규제 개선으로 일반 급유선으로 운송이 가능하게 돼, 이에 따른 바이오선박유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GS칼텍스는 이번 조치로 국내 B30 시장이 2024년 4만 톤에서 2025년 약 8만 톤 규모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바이오선박유 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앞서 GS칼텍스는 2023년 9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선박유 급유 시범 운행을 통해 제조 및 판매를 시작했다. 같은해 10월에는 포스코, 에이치라인해운과 바이오 선박유 사업 공동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작년부터 상업적 규모로 바이오선박유를 공급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7월 국내 최초 황 함유 비율이 0.5% 이하인 초저유황(VLSFO) 바이오선박유를 국내 선사에 공급한데 이어 같은해 12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해외 선사에 수출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과의 공동 실증 연구를 통해 선박용 연료의 국제 표준인 ISO 8217를 준수하는 제품 개발에 성공해 지난 4월 26일 공급을 개시했다. 이는 국내 최초로 바이오 중유와 SRFO(Straight Run Fuel Oil, 석유 정제 과정에서 분해 과정 없이 직접 증류하여 얻은 연료유)를 배합한 B30 혼합 선박유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