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운용에 블록체인과 AI도입으로 ‘조립식 토큰 금융’이 뜬다”

FT, “자산 세분화 뒤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하는 ‘컴포저블(Composable)파이낸스’로 자산시장 판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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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시작으로, 자산운용 산업이 인공지능(AI),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로 인해 디지털 전환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자동화를 넘어 ‘자산의 디지털화’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세분화,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이 마치 ‘레고블록’처럼 가능해진 ‘조합형 금융(Composable Finance)’의 등장으로 자산시장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기존에는 펀드 매니저가 뮤추얼 펀드, 채권, 주식 등을 조합해 고객에게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했지만, 완벽한 맞춤화는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투자자는 원하는 채권의 일부만 살 수 없어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다.

이 맞춤형 자산관리 도입에 따라 거래속도가 높아져, 더 효율적이면서도 오류를 줄이고 규제친화적인 자산운용의 구조 설계가 가능해졌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슈로더(Schroders)의 미겐 버넷(Meagen Burnett)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기고를 통해 최근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Composable Finance’가 투자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토큰화된 디지털 자산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개인별 최적의 투자 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Composable Finance’는 발행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준다. 스마트 계약과 토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됐을 때 자동 실행되는 프로그래밍된 기술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작동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특정 산업 노출을 원하지 않으면, 해당 자산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지 않도록 조정한다.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가 개별 투자자의 목표에 항상 맞춰지도록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은 펀드 단위 관리, 배당금 처리, 매매 등 복잡한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어 비용을 대폭 줄인다. 또한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등을 토큰에 내장해 규제 준수도 용이해진다. 이미 영국은 가상자산 거래소 및 스테이블코인 규제 초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며, 미국도 가이드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MMF)’다.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하되 통화 수익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어, 디지털 자산과 전통 자산 간의 교량역할을 하는 ‘브릿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수많은 젊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펀드 운용업계가 이들과의 접점을 만들지 못한다면 시장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규제 개선과 산업 구조의 혁신, 그리고 실용적 디지털 서비스 개발이 없다면, 디지털 자산 시대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러한 전환은 산업 전반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거래를 더 빠르고, 간단하며, 추적 가능하게 만들고 오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이는 각 개인 투자자에게 완전히 맞춤화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래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FT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의 경험에 비추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규제는 원칙적으로 기술 중립적이지만, 현행 규정은 대부분 기존 상품에 기반한 세부 조항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토큰은 기존 시장 구조의 틀을 넘어서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규제 또한 원칙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존 산업 구조는 수많은 중개자와 전문 수익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시스템은 완전한 디지털 전환 시 사라질 위험이 있어 내부적인 저항을 불러온다. 그러나 자산 운용 산업은 이미 여러 차례 변화를 겪어왔으며, 또 한 번의 변신도 가능하다. 핵심은 업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디지털 전환의 여정을 시작하고, 투자자 교육과 규제 아래에서 보다 유연한 자본시장 인프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FT는 밝혔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