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시한폭탄”

FT, “소수 발행사가 ‘양적 완화’수준으로 미국채 보유…중국등 주요국보다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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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Tether) 등 달러에 페그된 스테이블코인에서 1/10 미만의 자금유입만 발생해도, 연준의 ‘양적완화’와 유사한 결과를 가져오는 등 금융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 연구 결과, 스테이블코인에서 자금이 35억달러(약 4조 7754억 원)가 유입되면, 미국의 1년물 국채 수익률이 10일간 0.02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4년 미국 국채 매입량을 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400억달러(54조 4760억 원)를 돌파, 중국 등 주요 해외 투자국들보다 더 많이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FT는 ‘왜 우리는 스테이블코인 증가를 걱정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 “자산 담보 디지털 통화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기반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들이 대형 해외 투자자들보다 더 많은 단기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FT에 따르면, 가상화폐가 글로벌 금융 안정성에 리스크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그간 크립토(crypto) 생태계에서의 일들은 내부에서 해결됐다. 토큰 하나를 샀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건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었다. 저장 사이트가 파산하거나 해킹당하면, “(스스로가)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여겨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친가상화폐 위원인 헤스터 피어스는 5월에 “크립토 엄마, 나 구제금융 줘?”라고 요구했다며, 이 요구는 적절하지 않다고 FT는 밝혔다.

우리는 급속히 전통 금융시장(소위 TradFi)에 리스크를 던져주는 지점에 다가가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가장 전통적인 시장, 즉 미국 정부 채권 시장이라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기반까지 도달하고 있다는 것. 이 연결 고리가 스테이블코인이다. 

이것은 일반 통화, 주로 달러와 유사하지만 가상화폐 생태계 내부에 있다. 테더나 서클(Circle)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비트코인이나 다른 토큰으로 진출입하는 것이 실제 현금보다 훨씬 간편하다.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는 1스테이블코인”이라는 원칙을 약속하지만, 이들은 보유자에게 이자를 주지 않는다. 발행사들은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얻고 있다. 크립토 세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머니처럼 쉽게 통용되고 있다. 몇 년간 이는 글로벌 금융 주변부의 부차적 현상에 불과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정확히 무엇을 보유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태도를 보여왔다. 

테더의 핵심 임원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FT에 이를 자신의 “시크릿 소스”라고 언급했다. 2021년에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이유로 붕괴할 경우, 매도해야 할 보유 달러 자산의 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국제결제은행(BIS)은 경고 수위를 높였다. 라샤드 아흐메드와 잉아키 알다소로는 스테이블코인, 특히 테더의 유입이 단기 미국 국채 가격에 뚜렷한 영향을 주며, 35억 달러 유입이 10일 내 국채 수익률을 최대 0.025%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계산했다. 특히 유입보다 유출이 더 중요하다고 FT는 지적했다. 유출 시 가격 충격은 유입보다 2~3배 더 크다. 유입 때는 발행사가 매입 시점과 규모를 조절할 수 있지만, 유출 때는 속전속결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

이는 일종의 “스몰 스케일의 양적 완화” 효과와 비슷하지만, 통화정책에 예측 불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BIS 보고서는 특히 테더의 불투명한 보유 자산 공개가 영향을 모델화하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들이 이제 중국보다 더 많은 단기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관련 국채를 400억 달러(약 54조 4760억 원) 넘게 사들였다.

이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무엇을 사고 파는지, 상세히 자주 보고하도록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할 시점이라고 FT는 밝혔다. 하지만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및 집행 약화 기조는 이런 규제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임기 중이든 그 이후든, 스테이블코인의 영역에서 리스크의 충격이 터져 나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FT는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