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왜 쓰나 했더니, 신용카드보다 수수료가 훨씬 싸기 때문이었다”.
불완전한 소비자 보호와 불투명한 수수료 체계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를 금융수단으로 인정하는 일명 지니어스(GENESIS) 법안이 이달들어 미국 상원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법적 정당성까지 갖춰가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의 인기 이유를 “기존 카드 시스템보다 저렴한 결제 수단이기 때문”이라며 “미국 신용카드시장의 높은 수수료와 낮은 경쟁구조가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한국이나 유럽 등에서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카드 수수료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다. 신용카드는 수수료 규제 자체가 없고, 직불카드도 수수료 상한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다.
이로 인해 미국의 소비자들은 높은 신용카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기능은 다소 부족하지만, 저렴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대형 은행들까지 나서,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마치 직불카드나 신용카드처럼 작동하지만, 때로는 더 느리고 수수료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소비자 보호는 부실하고, 부정행위도 흔하다.
FT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매우 명백한 이유는 비싼 ‘카드 수수료(interchange fee)’에 있다. 이 수수료는 카드 발급 은행에 지불된다. 환불 처리, 사기 탐지, 실물 카드 제공 등에 드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정부 규제로 인해 이 수수료가 실제 비용 수준으로 제한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신용카드 수수료가 전혀 규제되지 않고 있다. 직불카드의 수수료도 상한선이 비교적 관대하다. 미국 연준은 이를 인하하려 협상 중이다. 이같은 과잉 수수료의 일부는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무료 당좌예금 계좌’나 ‘풍성한 리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되돌려진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의 상당부분은 은행 몫으로 남는다. 카드사를 바꾸는 것이 불편하고,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가격 비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드업계에서는 경쟁이 거의 없는 편안한 과점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시스템 전체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단순한 결제 수단으로는 신용카드보다 더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
FT는 “‘더 나쁜 서비스를 더 싸게 제공하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은 핀테크 업계에서 가장 입증된 성공 전략”이라며 “미국 대형 은행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설루션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놀랍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어 “그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더라도, 미국 결제 시장에 본격적인 ‘가격 경쟁’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기존 플레이어들에게 결코 유쾌한 경험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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