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대만과 유럽, 중동도 이제 핵무기 더욱 바라”

WP, “미국이 서울 지키려 시애틀 포기할까? 독일, 폴란드, 튀르키예, 사우디도 원폭 가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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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0년 동안, 미국은 다른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국은 이 일환으로 핵무기 비보유국인 이란에 대해 세계 10번째 핵보유국이 되지 못하게 하려 공격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세계 각국, 특히 위협을 느끼는 나라들에게 핵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각인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과학자연맹(FAS)의 핵 전문가 3명이 공동집필한 ‘왜 몇몇 국가는 다시 핵무장을 꿈꾸는가’ 제하의 기고문을 최근 게재, “앞으로 핵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은 아시아의 한국, 일본, 대만 그리고 유럽의 폴란드, 튀르키예, 독일”이라며 “이들은 기술력, 경제력, 인적 자원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들 중 일부가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연쇄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 과거에도 확산은 또 다른 확산을 낳았기 때문이다.

WP에 따르면, 존 울프스탈 미국과학자연맹 글로벌 리스크 국장과 한스 크리스텐슨 핵정보프로젝트 국장, 매트 코르다 핵정보프로젝트 부국장 등 3명의 전문가는 현재 9개 핵보유국이 향후 20년 내에 20개국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 공격이 “핵무기가 없어서 당했다”는 불안감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중국의 군사 팽창주의와 미국의 동맹 이탈 우려가 맞물리면서, 폴란드·한국·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의 두 차례 집권 이후, 미국에 대한 신뢰는 이전만큼 회복되기 어려워졌다. 수출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거나,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무임승차자’라는 소리를 듣는 국가 중 과연 몇 나라가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위해 전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믿고 있을까를 WP는 물었다.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불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겠다”라고도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미국이 서울을 위해 시애틀을, 베를린을 위해 보스턴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 믿을 수 있을까? 이런 불안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가 등장하고, 그 결과 국가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 보유를 모색하게 된다.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이제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도 받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이들 국가중 특히 폴란드는 핵무기 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국 역시 국내 여론의 과반이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우리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대만 역시 과거의 핵개발 경험과 기술 기반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NPT) 이후 미국은 지난 50여 년간 이 체제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동아시아에서도 대만, 한국 등에게 독자 핵개발을 하지 말도록 압박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받는 일부 국가는 자국의 핵무기 보유 필요성을 놓고 논쟁 중이다. 폴란드는 이 논쟁이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독일과 핀란드 같은 국가에서는 좀 더 조용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한국의 국가안보 관계자들은 수년간 핵무장 가능성을 논의해왔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핵 개발에 대한 한국 국민의 지지도 여전히 높다. 일본은 유일한 피폭 국가로서 핵무장을 향한 정치적 장벽이 존재하지만, 미국의 신뢰성 저하와 핵무장한 북한, 그리고 공격적인 중국이라는 삼중 위협 앞에서 여론이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본은 선진국이며 방대한 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만도 또 다른 잠재적 핵무장 국가다. 대만은 1970년대 말까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다 미국의 압력으로 프로그램이 종료됐다. 당시 대만이 사용하려던 핵물질은 1981년 미국으로 이송되었고, 소규모 연구용 원자로도 해체됐다. 대만이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기술과 지식 기반은 여전히 존재한다.

만약 이란이 실제로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중동 및 그 주변 지역의 다른 국가들도 따라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에가 대표적이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23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가진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핵무장 국가들이 속출할 경우, 이에 영향을 받는 주변 국가들도 핵무장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카드로서 한국의 핵무장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 한국, 대만이 새로운 핵 보호 수단을 찾게 될 경우, 독자적인 핵 개발이 유일한 현실적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국가들이 핵 개발을 결정하고 실질적인 능력을 갖추기까지의 기간은, 극도로 불안정하고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다. 폴란드가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하면 러시아는 어떻게 반응할까? 대만이 같은 길을 간다면 중국은 가만히 있을까? 한국이 핵무장 계획을 발표하면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핵무장은 오히려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간 우리가 핵 재앙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핵확산에 대한 비관적 예측이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 역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과 세계는 핵확산의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에 높은 지대로 대피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핵이 넘쳐나는 세계는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WP는 목소리를 높였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