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두 아들, 동아시아 가상자산 업체 인수 추진중”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동아시아 가상화폐 기업을 인수, 자체 비트코인 보유고를 늘리는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마이클 세일러는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인 마이크로 스트래티지의 이사회 의장이다.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트코인 보유 플랫폼을 만들겠다”라며 “미국의 비트코인 리더십이 (동아시아) 현지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잠재적 인수 후보들에 대해 투자자들과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 이에앞서 이 회사는 자체적으로 ‘전략적’ 비트코인 보유고(treasury)를 개발 중이다.

관련사정에 정통한 세 명의 관계자에 대해 FT가 취재한 결과, 이 회사는 일본에 상장된 기업 한 곳을 매입하려 한다. 홍콩 기업에 대한 인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내달 23일 한국에 와, 블록체인 관련 행사에서 연설하고 업계 관계자들과 만난다.

이 회사는 인수 기업을 통해, 가상화폐를 대량 보유하는 전략을 추진하려 한다. 이는 마이클 세일러가 펼친 전략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FT는 덧붙였다.

최근 몇 달간 트럼프 일가는 가상화폐에 대거 뛰어들어, 비트코인 가격 급등과 이른바 ‘크립토 보유고 회사들(crypto treasury companies)’의 폭발적 증가를 촉발했다. 이들 회사는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은 뒤, 토큰을 매입하며 미국 내 완화된 디지털 자산 규제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보유회사를 통해 투자자들은, 토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주식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상화폐 가격에 베팅할 수 있다.

이 전략을 개척한 ‘마이크로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1100억 달러(약 152조 7790억 원)에 근접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62만9000개(시가 약 760억 달러·약 105조 6020억 원) 가량이다.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성명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비트코인 보유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효율적 운영·적극적 재무 관리·장기 주주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기반 위에서, 미국의 비트코인 리더십이 강력한 현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 시장에서 선별적으로 기회를 모색하겠다”라며 “특정 지역의 가능성을 평가 중이지만, 아직 구속력 있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측은 언론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아시아는 오래전부터 가상화폐에 관심이 큰 개인 투자자 층이 존재해왔다고 FT는 밝혔다. 홍콩은 스스로를 디지털 자산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이 지역에서 새로운 재무회사가 등장한다면, 새로운 수요 풀을 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매와 보유위주의) 마이크로 스트래티지와 달리,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이미 ‘채굴(mining)’이라는 연산 과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생산하고 있다.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미국 나스닥 상장 채굴업체 ‘그리폰 디지털 마이닝(Gryphon Digital Mining)’과의 역합병(reverse merger)을 통해 오는 9월 미국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에릭 트럼프는 아메리칸 비트코인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다.

FT에 따르면,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원래 ‘아메리칸 데이터 센터스(ADC)’라는 이름이었다. 뉴욕 트럼프타워에 본사를 둔 증권·핀테크 그룹 도미너리 홀딩스(Dominari Holdings)의 자회사였다. 지난 3월 말, 또 다른 채굴업체 ‘헛 8(Hut 8)’과의 합병을 통해 사명을 변경했다.

이 합병의 일환으로 헛 8은 모든 채굴 장비를 ADC에 넘기는 대신, ADC의 과반 지분을 확보했다.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ADC 초기 투자자였다. 도미너리 홀딩스는 지난 2월 에릭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자문위원회로 영입했다. 최근 발표에서, 전년 대비 매출이 520% 증가했다고 잠정치를 밝혔다.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트럼프 일가의 크립토 사업 중 하나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자신이 참여한 가상화폐 그룹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에서 5700만 달러(약 791억 559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했다. 이 그룹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기반 블록체인 기업인 ‘알트5 시그마’와 협력해 15억 달러(약 2조 830억 5000만 원) 규모의 자사 토큰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TMTG. ‘트루스 소셜’ 앱 운영사)은 ‘비트코인 보유고’를 만들기 위해 15억 달러(약 2조 830억 5000만 원)의 신규 자본과 10억 달러(약 1조 3887억 원)의 전환사채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