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재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인공지능(AI) 붐에 과도한 낙관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성장 둔화, 그리고 재정적자 확대는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을 기준으로,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때는 40%가 하락했고, 2008년 주택 버블 붕괴 당시에는 50%가 떨어졌다. 현재 엔비디아 등 AI 열풍은 2000년대 초 테크 버블과 유사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에대해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시장 타이밍을 노린 고점·저점 맞추기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명심하고, 장기적이고 분산된 투자를 해야 한다고 NYT는 조언하고 있다. 은퇴자는 주식·채권의 적정비율(예를 들어, 6대4) 리밸런싱, 젊은층은 적립식으로의 주식 투자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것.
NYT에 따르면, 주식시장은 정기적으로 비이성적인 극단으로 치닫곤 한다. 그 변동성은 경제적 고통과 금융적 피해를 초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감세, 지출 정책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재정적자를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투자자들의 열광은 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다음에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불안한 신호들이 보인다고 NYT는 밝혔다. 최근의 과도한 낙관은 과거 투자자들이 저질렀던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던진다.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재무적 미래를 지킬 수 있을까?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거품 당시, 투자자들은 인터넷이 전례 없는 경제성장의 황금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곧 무너졌다. 2000~2002년 사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약 40% 폭락했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주택시장 거품은 세계 금융위기와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불황을 초래했다. 이때 S&P 500은 가치의 절반 가까이를 잃었다. 개인들의 은퇴 자산은 크게 훼손됐다. 일부는 아예 주식을 소유해서는 안 되는지 고민할 정도였다.
지난 봄, 시장은 폭락 직전까지 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1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 직후, S&P 500은 단 일주일 만에 12%나 하락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관세가 연기되고 협상이 제안되면서 불확실성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4월 9일 S&P 500은 거의 20년 만에 최고의 하루를 기록했다. 이후 ‘아름다운 세금 감면 법안’이 시행되고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 타결이 이어지자 시장은 다시 치솟았다.
현재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기업이익 배수)은 230년 역사상 최고 수준에 가깝다. 많은 투자자는 시장이 ‘안전 신호’를 보냈다고 믿고 있다. AI 붐이 인터넷보다 훨씬 더 중요해, 새로운 번영의 황금시대를 열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제로 7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4조 달러(약 5560조 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와 흡사한 과열 양상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러 위험을 무시하고 있다. 최종 관세 체제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15% 이상의 ‘상시 관세’는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는 기업 이익을 줄이고, 소비자의 지출 여력을 축소시킨다. 이로 인해,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초래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또한, 재정적자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향후 몇 년간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며, 국가 부채와 이자 비용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불어날 것이다. 이를 방치한다면 금융위기는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은 역사상 최고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기록 중이다.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은퇴 자산에서 주식을 대폭 줄여야 할까? NYT는 “아니다”라며, “단기적인 시장 타이밍을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 성과를 해친다”고 주장했다.
시장 타이밍에 성공하려면 언제 팔아야 할지, 언제 다시 사야 할지 두 가지 결정을 모두 정확히 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이를 일관되게 해낼 수 없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시장 타이밍을 시도한 투자자들은 장기 수익률이 크게 낮았다. 예컨대 1996년 앨런 그린스펀이 “비이성적 과열”을 경고한 다음 날 미국 주식 인덱스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이후 20년간 연평균 약 10%의 수익률을 얻었다. 교훈은 분명하다. 시장 타이밍은 투자 계획을 망친다고 NYT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 대신,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은퇴자라면, 가까운 시일 내 필요한 자금은 단기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50대 후반 투자자가 60% 주식, 40% 채권 비중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면, 최근 주가 상승으로 주식 비중이 75%로 높아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부 주식을 팔아 60/40으로 다시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 주기적 리밸런싱은 감정적 매매를 막고, 저가 매수·고가 매도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해외 주식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산투자가 위험을 줄인다.
젊은 투자자라면 주식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가 적절하다고 NYT는 제시했다. 주식은 장기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부를 축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시장이 고평가된 시점에 투자하면 단기 성과는 낮을 수 있다. 그러나 꾸준한 저축과 적립식 투자는 주가가 낮을 때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일관된 저축과 투자는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에 특히 효과적이다. 지금의 불안이 아무리 커 보여도, 결국 우리는 돌파구를 찾아왔다는 것. 윈스턴 처칠이 말했다고 전해지는 말처럼, “미국인은 모든 다른 가능성을 다 소진한 후에야 옳은 일을 한다”고 NYT는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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