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금융과 통신의 융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세 곳이 이동통신업 진출을 준비중이다. 영국 인터넷은행으로 각각 1100만 고객을 둔 레볼루트(Revolut)와 클라르나(Klarna)에 이어, 1300만 고객을 가진 몬조(Monzo)가 저마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이들 인터넷은행은, 계좌·결제 서비스와 통신 요금제를 묶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한편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에따라, 영국 대형 이동통신사인 보다폰 쓰리(Vodafone Three)와, 오투(O2), 브리티시 텔레콤(BT) 계열사인 이이(EE) 등에 대한 경쟁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몬조는 자체 디지털 이심(eSIM)카드를 내놓고 월 단위 요금제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은행 본업 외의 수익 다각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몬조는 현재 “제안의 초기 단계”임을 확인하며, “고객들로부터 이동통신 계약이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들었고, 몬조만의 방식으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몬조는 ‘알뜰폰 방식’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내다봤다. MVNO는 자체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신, 기존 대형 통신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는다.
리서치 기관인 어셈블리 리서치(Assembly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 제임스 로빈슨은 “새로운 진입자들은 영국 내 고객 기반을 활용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교차 판매할 수 있고, 가격이나 로밍 요금 조건에서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며 “앞으로 영국 이동통신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서치 업체 엔더스 애널리시스(Enders Analysis)의 조사를 보면, 2024년 영국의 MVNO 회사들은 총 160만 명의 신규 이동통신 고객을 확보했다. 반면, 현지의 기존 4대 대형 이동통신사는 모두 18만 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전통 기간통신사업자(MNO)의 가입자 수가 감소한 해였다.
몬조 등 인터넷 은행들은 로이드, 바클레이즈, 네트 웨스트,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영국의 전통 4대 은행에 대해, 간편한 앱과 해외 결제 수수료 절감 등을 무기로 고객을 유치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사용자들의 ‘주거래 계좌’로 자리잡는 데 한계가 있어, 예금 확보에 제약이 있었다.
이는 인터넷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도록 하는 동인이 됐다. 예를 들어, 영국 최대의 핀테크 기업인 인터넷은행 레볼루트는 주식·가상화폐 거래 등 자산관리 사업을 키워 2024년에만 5억600만 파운드(약 9507억 6894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편, 이들 인터넷은행 이외에도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Octopus)’를 소유한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펀드 역시 자회사를 통해 이동통신 진출을 검토 중이다.
권세인 기자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