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보다 비전”…이해진식 네이버 거버넌스 향방 주목

두나무 합병 시 지분 역전 가능성…파격적 시나리오, 선택 결과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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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지분보다 비전”…네이버식 거버넌스 향방 주목
대기업 오너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이 지분율이다. 창업자 지분율 하락은 곧 경영권 불안으로 직결되고, 시장도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지분율은 3%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여전히 한국 대표 인터넷 기업으로 굳건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주식교환 비율에 따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3.7%)보다 더 많은 네이버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해진 의장이 보여온 패턴을 생각하면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분식이다. ‘지분율을 희생해도 성장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해진 의장의 지분은 네이버 초기부터 낮은 편에 속했다. 1997년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네이버는 설립 초기 외부 투자로 지분이 분산됐고, 지분 교환을 통해 관련 기술 기업을 인수했다. 

한게임과 합병하고 NHN이 출범한 2000년 이 의장의 지분율은 12.13%였다. 코스닥 상장 시점인 2002년 지분율이 7.82%로 낮아졌다. 앞서 상장 과정에서 분쟁을 겪은 새롬기술에 이 의장 개인 주식을 매도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면서 이듬해 6%대로 지분율이 낮아졌다. 

코스피 이전 상장 시점인 2008년에는 5.10%로 떨어졌다. 한게임과 분할해 네이버가 출범한 2013년에는 4.64%로 낮아졌다. 또 2018년에는 매도를 통해 지분율이 3%대로 낮아졌다. 

국내 대기업 창업주들의 일반적인 지분율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해진은 경영권 상실을 우려하는 대신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파트너십을 통한 글로벌 확장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새로운 성장축을 얻었다. 두나무 합병 역시 같은 패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창업자 개인의 지분율보다 핀테크와 가상자산을 결합한 새로운 생태계 구축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 차등의결권 제도가 없기 때문에 지분율 역전이 현실화되면 경영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전략적 판단이 성공한다면 재벌식 오너 경영을 넘어선 빅테크식 거버넌스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가 이 실험을 어떻게 이어갈지, 그리고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