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재헌 SK텔레콤 신임 CEO,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김병규 넷마블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취재] SKT·엔씨·넷마블·네이버의 공통점은…법조인 CEO 선택](/data/photos/cdn/20251145/art_1762209900.jpg)
▲(왼쪽부터) 정재헌 SK텔레콤 신임 CEO,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김병규 넷마블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SK텔레콤이 설립 후 처음으로 법조인을 CEO로 결정했다. 최근 ICT 업계에 판사 등 법조인 출신 CEO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ICT 업계가 기술 혁신과 성장 일변도에서 점차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에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이른바 ‘법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을 CEO로 선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데이터뉴스가 국내 대표 ICT 기업들의 CEO 선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수년간 매년 1~2개 기업이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을 CEO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는 SK텔레콤이 지난달 말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낙점했다.
정재헌 신임 CEO는 서울중앙지법 판사, 사업연수원 교수, 대법원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이어 2020년 SK텔레콤에 법무그룹장으로 합류했고,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을 거쳐 SK텔레콤 대외협력 사장으로 활동해왔다.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도 맡아왔다.
SK텔레콤은 정 CEO가 오랜 공직경험과 함께 SK그룹 내 요직을 거친 법률가 출신 전문경영인인 만큼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표 게임기업 두 곳이 나란히 법조인 출신을 CEO로 선택했다.
엔씨소프트는 변호사 출신인 박병무 대표를 영입해 김택진 대표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글로벌 게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경영 내실을 다지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병무 대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시작으로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대표, 하나로텔레콤 대표, VIG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했다.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는 글로벌 게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역할을, 박병무 대표는 경영의 내실화와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며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하는 임무를 맡았다.
넷마블은 삼성물산 법무팀장 출신인 김병규 대표를 선임했다. 김병규 대표는 2015년 넷마블에 합류해 법무·정책 총괄 경영 리더 등을 역임하며 전략기획, 법무, 정책, 해외 계열사 관리 등 넷마블컴퍼니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넷마블은 선임 당시 권영식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였으나 올해 김병규 대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네이버는 2022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출신인 최수연 대표를 CEO로 선임했다.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일한 최 대표는 율촌에서 M&A, 자본시장, 지배구조, 회사법 분야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9년 네이버에 다시 합류해 글로벌 사업지원 총괄을 맡아왔다.
최수연 대표는 네이버의 두 번째 법조인 출신 CEO다. 네이버는 앞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판사 출신인 김상현 대표에게 CEO를 맡긴 바 있다. 김상현 대표는 2021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부회장으로 영입돼 ICT 기업 경영자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도 2020년 판사 출신 강한승 대표를 선임했다. 강한승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판사, 울산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청와대 법무비서관, 김앤장 변호사를 거쳐 2020년 쿠팡에 합류해 지난 5월까지 CEO로 활동했다. 현재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북미지역 사업개발 총괄 및 해외사업 지원업무를 맡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2017년부터 지난 7월까지 이석우 전 대표가 CEO를 맡아왔다. 이석우 전 대표는 미국 로펌(Weiss Jensen Ellis&Howard) 변호사, 한국IBM 고문변호사로 활동했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카카오 대표를 맡았다.
이처럼 ICT 업계에 법조인 CEO가 늘어나는 것은 ICT 산업의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AI, 데이터, 플랫폼, 금융, 콘텐츠 등 모든 영역을 다루고 이 모든 영역이 법률·정책과 맞닿아 있어 리스크 대응 능력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리스크 관리에 강점이 있는 법조인 출신으로 경영능력을 겸비한 인물이 주요 ICT 기업의 CEO 후보로 거론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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