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T, 더존비즈온 1.3조 배팅…국내 SW기업 몸값도 끌어올릴까

EQT파트너스, 주당 12만 원에 국내 ERP 1위 기업 인수, 3.8조 기업가치 책정…국내 SW기업 밸류에이션 상승 작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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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EQT, 더존에 1.3조 배팅…국내 SW기업 몸값도 끌어올릴까?
스웨덴계 글로벌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 기업 더존비즈온을 1조3000억 원에 인수한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주식 매매를 넘어 국내 SW 산업 지형 변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더존비즈온의 사업보고서와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EQT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도로니쿰은 더존비즈온의 최대 주주인 김용우 회장의 지분 677만1184주(22.29%)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QT는 또 신한밸류업제일차가 보유한 보통주 311만552주(9.12%), 그리고 신한더존위하고제일차(우선주 72만2117주)와 신한더존위하고제이차(우선주 36만1056주)가 보유한 우선주(3.44%)를 매수한다.

이를 통해 EQT는 우선주를 포함해 더존비즈온 지분 34.85%를 확보한다. 매각가는 주당 12만 원으로, 지난 6일 종가(9만3400원) 대비 28.5%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총 매매대금은 1조3157억8908만 원이다. 

더존비즈온의 몸값(시가총액)을 3조7774억 원으로 책정한 셈이다. 국내 SW 업계의 기업가치로는 가장 큰 규모다. 

[취재] EQT, 더존에 1.3조 배팅…국내 SW기업 몸값도 끌어올릴까?
EQT파트너스가 이처럼 SW 업계 최고 가치를 인정한 것은 더존비즈온의 독점적 지위와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 성장 가능성을 모두 갖춘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ERP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고, 특히 세무회계 SW 시장에서 절대 강자다. 더존비즈온은 회계·세무 사무소 전용 솔루션에서 출발해 세무사-기업-정부기관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세무·회계 제도에 맞춘 토착형 솔루션은 대체가 쉽지 않다. 

더존비즈온은 또 구독형 수익모델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해 왔으며, 최근에는 클라우드 전환에 이어 AI 기반 업무 자동화 솔루션 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QT파트너스는 더존비즈온의 이 같은 ‘안정+성장’ 구조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시장을 거점으로 한 아시아 진출 전략과 맞물려 더존비즈온을 플랫폼형 기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새로운 주인 아래에서 더존비즈온의 변화 방향은 우선 조직 및 거버넌스 재편과 글로벌 전략 가속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취재] EQT, 더존에 1.3조 배팅…국내 SW기업 몸값도 끌어올릴까?

▲더존비즈온의 제품 라인업과 수익모델 / 자료=더존비즈온


EQT파트너스는 통상 인수 직후 이사회 개편, 성과연동형 경영체계 도입, 비용구조 개선 등을 추진해 왔다. 더존비즈온도 예외가 아닐 전망이다.

더존비즈온은 현재 국내 시장이 강세지만, 해외 실적은 미미하다.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본을 활용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 확장 전략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업 및 개발 전략, 경영 방식에서 구성원들이 불안감을 느낄 정도의 급속한 변화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존비즈온은 이미 기존 ERP·회계·세무 라인업을 클라우드 중심으로 고도화하고,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등을 통해 ‘업무자동화 플랫폼’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등 차세대 사업구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규모 거래는 국내 SW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구독형 비즈니스 SW 기업들이 기존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글로벌 자본이 국내 SW 기업에 직접 진입한 것은 국내 SW 기업에 대한 해외의 관심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이는 또 국내 SW 기업들이 엑시트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