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대형 은행, AI 개발에만 연 수조원씩 베팅중”

블룸버그, “금융혁신 과실의 BofA·JP모건 독점 심화…은행들 간에 ‘부익부 빈익빈’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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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의 초대형 은행들이 인공지능(AI)에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며, 중소형 은행들과의 경쟁격차를 벌리고 있다. 뱅크어브아메리카(BofA), 제이피모건 등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일부 은행들이 AI 투자와 특허를 독식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통신 블룸버그가 최근 보도했다. 기술 혁신은 장려해야 하지만, 동시에 거대 은행의 독과점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미국 정치권과 규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ofAAI 기반 챗봇인 에리카(Erica)’를 처음 출시한 것은 2016년이었다. 그 후 여러 번의 업그레이드와 수많은 특허를 이 은행은 확보했다. 이 플랫폼은 현재 고객과의 상호커뮤니케이션을 매일 약 200만 건씩 처리하고 있다. 직원 11000명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과 맞먹는다.

 

이 성과가 인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비용 문제가 있다. BofA는 이 기간 동안 기술 분야에 거의 1200억 달러(1767360억 원)를 쏟아부었다. 작년 기술 예산 120억 달러(176736억 원) 중 기존 시스템 유지보수에 80억 달러(117784억 원)가 들어갔다. 에리카 개선 및 신규 앱 구축을 포함한 개발 비용으로는 40억 달러(58892억 원)가 배정됐다.

 

이는 막대한 금액이라고 블룸버그는 말했다. 대형 은행의 투자자들 대다수는 오랫동안 이 돈을 써서 얻는 투자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이 도대체 얼마냐고 물어왔다는 것. 다행히 답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 답은 다소 제한적이다. 이 이야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경고가 담겨 있다.

 

첫째, 고비용의 이유 중 하나는 기업들이 새로운 도구, 특히 생성형 AI를 배포할 때 극도로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수는 고객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투자를 낭비로 만들 수 있다.

 

둘째, AI는 경쟁 문제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거대 은행들과나머지 은행들 사이의 격차를 더욱 벌려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BofA가 좋은 예라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이 은행의 연간 기술 예산은, ‘케이비더블유 은행 지수(KBW Bank Index. 미국 내 24개 주요 은행 주식을 대상으로 산출)’에 포함된 은행 중 절반 이상의 전체 운영 비용보다 많다. 제이피모건 체이스의 연간 기술 지출액 180억 달러(265086억 원), 이 지수에 포함된 은행 중 상위 5개 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의 총비용보다 크다.

 

BofA투자자의 날행사는 최근,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개최됐다. 이 행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동안 쓴 돈으로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한 세부 내용이었다. BofA의 소비자 금융 부문 직원은 2011101000명에서 올해 55000명으로 줄었다. 은행 측은 이것이 전적으로 더 나은 기술 덕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8년 이후 은행 전반에 걸쳐 사기로 인한 손실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덧붙였다.

 

AI는 이러한 성과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BofA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캐피털 원(Capital One)과 함께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지적 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이 됐다. 웰스파고의 분석에 따르면, 이 두 은행이 미국 은행권 전체 AI 관련 특허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기업이 기술 지출 규모를 공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투자에 대한 실제 수익률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그나마 있는 데이터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올해 280명의 금융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AI 투자 수익을 정량화할 수 있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정량화가 가능한 응답자 중 3분의 1은 회수율이 지금까지 5% 미만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4분의 15~10% 사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처럼, 사서 바로 끼워 쓸 수 있는 기성품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일부다. 모건 스탠리가 오픈AI와 협력한 것처럼, 주요 생성형 AI 기업과 손을 잡아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대 고객용 챗봇이나 내부 연구용 비서 같은 유용한 도구로 바꾸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기업이 그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도,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데이터를 AI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류하고, 라벨링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모건 스탠리는 AI 도입을 생각하기 전부터, 몇 년 동안 이 작업을 수행했다. BofA2014년부터 2019년까지, 자체 데이터를 사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데만 해도 30억 달러(44169억 원)를 썼다.

 

은행들이 규제나 다른 비즈니스를 이유로 이런 작업을 해오긴 했다. 하지만, 이는 AI 프로젝트의 출발선에 서는 데만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이피모건은 AI 프로젝트에 연간 약 20억 달러(29446억 원)를 쓰고 있다. 작년에는 이를 통해, 연간 약 20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대부분 사기 방지 관련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투자 수익률 100%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유용해질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투입된 수많은 데이터 및 기술 비용이 있어야 한다. 막대한 기술 예산이 대형 은행들을 앞서 나가게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구축과 개선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은행이라도,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는 철저한 테스트 비용을 치러야 한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BofA 최고경영자는 지난주 AI 플랫폼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완벽해야 한다.

 

그는 강조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에리카의) 답변이 많은 고객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내일 당장 11000명을 전화기와 지점에 다시 배치해야 한다. 내일 당장이라고.

 

이는 고객에 대한 의무가 엄격히 규제되는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이니한이 설명한 기본적인 역학 관계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AI 사용자가 개인 고객이든, 다른 기업이든, 자체 직원이든 상관없다.

 

효율성과 서비스 개인화 측면에서 AI가 가져올 최종적 보상은 막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 역시 거대하다. 대부분은 선불로 내야 한다. 성공의 보장도 없다.

 

약속한 성과를 AI가 더 많이 내놓을수록, 이미 가장 크고 부유한 기업들이 그 보상을 독차지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 이것은 정치인들과 규제 당국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경쟁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