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리플 등 가상화폐기업, 신탁은행으로 승인

WSJ, “은행 등 금융업계는 ‘금융안정성 위협' 명분으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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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가상화폐 산업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는 첫 번째 문을 열었다. 서클(Circle)·리플(Ripple)·팍소스(Paxos) 등 주요 가상화폐 기업들이 미국에서 전국단위의 신탁은행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이들을 포함한 가상화폐 기업 5곳의 전국 단위 신탁은행 설립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는 가상화폐 산업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보다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WSJ는 밝혔다. OCC는 미국 내 전국 은행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뒤, 은행 인가를 노리는 가상화폐기업과 핀테크 회사들이 대거 등장했다.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기업들 역시, 은행과 유사한 서비스의 확대를 검토해 왔다고 WSJ는 설명했다.

OCC가 서클과 리플의 신청을 조건부로 승인함에 따라, 이들 기업은 이른바 ‘신탁은행(trust bank)’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신탁은행은 전통적으로 보험사, 자산운용사, 급여 처리업체 등이 운영해 왔다. 일반 은행과는 달리, 예금을 받거나 대출을 해줄 수는 없다.

신청 기업들은 은행 출범을 위해 18개월 안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고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OCC는 밝혔다.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OCC의 최종 검사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은행 인가는 비용이 많이 드는 중개기관을 배제하고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서클과 리플을 비롯한 많은 신청 기업들이 주장한다. 여기에는 디지털 커스터디(자산보관) 서비스나, 가치가 고정된 가상화폐인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포함된다.

특히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채택될 경우, 기존 은행의 결제 및 예금 서비스와 직접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서비스 자문사인 클라로스 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탁은행 인가를 신청한 기업은 12곳으로, 지난 8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다.

팍소스, 비트고(BitGo), 피델리티(Fidelity) 역시 이날 승인을 받았다. 이들 기업의 경우, 기존 주(州) 단위 신탁 인가를 전국 단위 인가로 전환하는 신청이 승인됐다.

은행업계 로비 단체들은 신탁은행 인가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사전에 반대 서한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정책연구소(Banking Policy Institute)는 성명을 내고, OCC의 이번 승인에 대해 “신탁은행이 수행할 활동과 그에 수반되는 위험에 비해 규제 요건이 적절한지 등 여전히 상당한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