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Stablecoins)’이 올해 글로벌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단어라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선정했다. FT는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주류 금융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제 화폐 및 금융 시스템과는 본질적으로 한 걸음 떨어져 있다”고 지적하며 냉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화폐·결제·송금·상장지수펀드(ETF)와 거의 비슷하지만, 그 어느 것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 일상적인 결제나 송금에서 요구되는 신뢰와 책임 구조가 여전히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다른 자산의 가치에 연동(페깅)된 디지털 자산으로 정의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는 대개 “그것이 무엇이 아닌가”에서 출발한다고 FT는 설명했다.
첫째, 디지털 화폐인가? 거의 그렇다는 평가다. 가상화폐 토큰의 가치를 현실 세계의 통화(거의 항상 달러)에 연동시키면 화폐처럼 보인다. 실제로 지난 7월 통과된 트럼프 행정부의 ‘지니어스(Genius) 법’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1대1 준비금 보유를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과 화폐의 관계는 여전히 한 단계 떨어져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장을 보면서 ‘단일성(singleness)’이나 ‘공급 탄력성(supply elasticity)’ 같은 화폐의 근본 개념을 마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
둘째, 결제 인프라인가? 역시, 거의 그렇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에서는 가맹점 수수료가 인위적으로 높기 때문에, 달러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는 것.
그러나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는 소액 결제 시스템이 이미 잘 작동하고 있다. 일상적 결제 수단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찾고 있는 해법에 가깝다.
셋째, 송금 시스템인가? 마찬가지로, 거의 그렇다는 평가다. 국경을 넘어 24시간, 보안 심사의 번거로움 없이 돈을 이동시키는 데 가치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청산기관은 비용이 더 들 수는 있어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물을 ‘대상’을 제공한다.
넷째, ETF인가? 이것도, 거의 그렇다. 그러나 ETF 발행사는 독립적인 감사인과 수탁기관에 의존한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Tether) 같은 곳은 보다 ‘자급자족식(DIY)’ 접근을 선호한다.
FT에 따르면, 핵심은 이렇다. 화폐처럼 보이는 상품은 이미 많이 존재한다. 이들은 엄격하게 규제되며, 수차례 위기를 거치며 굳어진 관행 아래에서 발행된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화폐 카지노’에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욕망에서 탄생했다. 불법 거래 자금 조달 같은 2차적 용도는 바로, 이러한 규제의 모호성에서 비롯된다고 FT는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표시 부채를 대량으로 발행해야 하는 미국에는 이익이 될 수 있다.
반면 다른 나라들의 과제는, 자국 통화와 나란히 ‘민간 화폐’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에 있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을 ‘그것이 아닌 것’처럼 규제하려는 유혹을 어떻게 피할지도 문제라고 FT는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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