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13번의 메시지…‘게임체인저’에서 ‘반성과 생존’까지

2020년 이후 롯데그룹 CEO 전략회의 분석…롯데그룹 주력사업 부진 확대되며 ‘위기’, ‘쇄신’, ‘생존’ 언급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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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신동빈 회장의 메시지…‘게임체인저’에서 ‘반성과 생존’까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열린 ‘2025 하반기 VCM’에서 그룹 경영 방침과 CEO의 역할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사진=롯데

신동빈 롯데 회장이 던진 화두…‘게임체인저’에서 ‘반성과 생존’까지
롯데그룹은 매년 1월과 7월 그룹 경영전략회의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연다. 신동빈 회장이 주관하는 VCM에는 계열사 대표이사 등 롯데그룹 경영진이 모두 참석해 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경영 전략을 논의한다. 특히 신 회장이 VCM에서 던진 메시지는 각 시기별로 롯데그룹의 고민과 해법을 핵심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27일 데이터뉴스가 코로나19가 시작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신동빈 회장이 VCM에서 던진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위기, 쇄신, 생존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는 등 점차 비장해지고 구체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그룹의 중심축인 유통과 화학의 부진 확대, 성장동력의 부재라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2020년 상반기와 하반기 VCM에서 ‘게임체인저’와 ‘70% 경제’를 강조했다. 

당시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그룹 주력사업인 롯데쇼핑(백화점, 마트)과 호텔롯데(면세점, 호텔) 모두 극심한 실적 부진을 보였다. 2020년 롯데쇼핑은 686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더 큰 문제는 이커머스로의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며 유통 공룡의 위상이 크게 꺾였는 점이다. 야심 차게 출범한 롯데온의 부진이 더 뼈 아팠다.

당시 신동빈 회장의 메시지는 그룹 주력 부문의 부진을 인정하고 코로나19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2022년에는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그룹 전체가 자금 수혈에 나서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룹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이 중국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내며 충격을 줬다. 2021년 1조535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동빈 회장은 2023년 상시적 위기의 시대에 돌입했다고 선언하고,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롯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면 생존할 수 없다며 강력한 구조조정 시그널을 보냈다.

2025년은 화학 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롯데그룹은 2025년 내내 주요 계열사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은 여전히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실질적인 성과를 요구하며 고강도 쇄신, 변화와 생존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의 위기는 2020년 유통의 부진에서 시작돼 2022년 건설발 유동성 위기로 번졌고, 캐시카우인 화학이 ‘붕괴’급의 실적 부진으로 정점을 찍었다. 신동빈 회장의 메시지가 점차 ‘고강도 쇄신’, ‘생존’ 등 격앙된 어조로 바뀐 것은 위기가 그룹의 핵심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2026년은 여전히 더진 화학 시황 등으로 위기감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의 대규모의 구조조정, CEO 교체 이후 조직을 추스르는 단계다.

올해 신년사에서 ‘철저한 자기 반성’을 언급한 신동빈 회장은 올해 상반기 VCM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의 경영방침 대전환’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수익성 중심으로 지표를 관리하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둔화된 그룹의 성장세와 사업 포트폴리오 불균형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수익성 기반 경영으로의 전환, 신속하고 능동적인 의사결정, 오만함에 대한 경계 및 업의 본질 집중을 경영방침으로 제시했다. 낮은 자세로 과거와 결별하고 포트폴리오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