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업계, 제조 RX 주도권 경쟁 불붙었다

로봇·피지컬 AI 핵심 사업 낙점…제조 IT 경험·데이터 앞세워 로봇 통합운영 선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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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IT서비스 업계, 제조 RX 주도권 경쟁 불붙었다
제조 현장의 로봇 전환(RX) 주도권을 잡기 위한 IT서비스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조업의 인력 부족과 생산성 향상 요구가 커지면서 로봇 도입이 확대되자 제조 IT와 생산 데이터, 시스템 통합 역량을 갖춘 IT서비스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29일 데이터뉴스가 삼성SDS, LG CNS, SK AX, 포스코DX, 롯데이노베이트 등 주요 IT서비스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발표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 모두 RX 또는 피지컬 AI를 주요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관련 기술과 플랫폼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특히 단순히 로봇을 공급하는 데 머물지 않고 로봇 도입 전 검증부터 학습, 배치, 제어, 관제까지 제조 현장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IT서비스 기업들이 RX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기존 제조 IT 사업과의 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제조실행시스템(MES),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며 축적한 생산 현장 경험과 데이터를 로봇에 연결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 서로 다른 제조사의 로봇과 생산설비를 통합하고 MES 등 기존 시스템과 연계하는 역량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삼성SDS는 지난 8일 RX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AX의 적용 범위를 디지털 영역에서 물리적 제조 현장으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삼성SDS는 반도체 등 국가 핵심산업을 비롯해 430여 개 고객사의 MES를 구축하며 확보한 제조 현장 경험과 데이터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로봇을 활용한 제조 자동화와 생산 프로세스 운영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월든 로보틱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피지컬 AI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이미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제조 현장에 피지컬 AI 기반 로봇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생산설비와 로봇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제조사의 로봇을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통합 제어하는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IT서비스 업계, 제조 RX 주도권 경쟁 불붙었다

▲LG CNS의 '피지컬웍스 포지'로 학습 마친 로봇들이 '피지컬웍스 바통'을 기반으로 자율협업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 사진=LG CNS


LG CNS는 주요 IT서비스 기업 가운데 비교적 일찍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3년 7월 로봇 통합 운영 플랫폼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4월 로봇 학습부터 현장 운영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RX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공개했다.

피지컬웍스는 로봇 학습과 검증을 담당하는 ‘피지컬웍스 포지’와 현장 운영을 맡는 ‘피지컬웍스 바통’으로 구성된다. 포지는 학습 데이터 수집부터 로봇 검증과 현장 적용을 지원하고, 바통은 이족·사족보행과 휠 타입 등 다양한 로봇에 작업을 지시하고 통합 제어·관제한다.

사업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와 피지컬 AI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으며, 컬리와 스마트 물류센터 고도화를 위한 휴머노이드 개념검증과 물류 자동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 AX는 지난 7월 ‘제조 RX 풀스택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로봇 도입 전 가상 검증부터 현장 자율제어, 공장 전체 통합 운영까지 모든 단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실제 공장의 설비 배치와 작업자 동선, 자재 흐름, 공정 조건 등을 가상 공간에 구현해 로봇 투입 효과를 사전에 검증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 기반 피지컬 AI를 적용한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작업 상황을 이해한 뒤 스스로 행동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이기종 로봇 통합 관제 시스템으로 여러 제조사의 로봇을 하나의 운영체계로 묶고 MES 등 기존 제조 시스템과 연계해 통합 관리하는 자율형 공장 구축을 지원한다.

IT서비스 업계, 제조 RX 주도권 경쟁 불붙었다

▲포스코 제철소 창고에 적용된 무인크레인이 제품이송을 위해 자동 상차하고 있다. / 사진=포스코DX


포스코DX는 철강 생산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앞세운다. 지난 7월 ‘AI 네이티브 컴퍼니’ 전환을 선언하면서 피지컬 AI를 핵심 성장전략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포스코DX가 그리는 방향은 ‘사람-AI-현장설비·로봇’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다. 철강재를 운반하는 대형 크레인 등 수십 톤 규모의 설비에 피지컬 AI를 적용해 설비 자체를 로봇화하고 최적의 방식으로 제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철강 생산 현장에서 고숙련 운전자가 축적한 암묵지를 데이터화해 AI가 학습하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AI와 작업자, 로봇·설비가 협업하는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고강도·고위험 작업에는 산업용 로봇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포스코와 공동으로 이기종 로봇 운영 플랫폼도 확보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유통·서비스 영역으로 피지컬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8월 AI·로봇 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 2월 코리아세븐과 휴머노이드를 적용한 미래형 편의점을 선보였다. 4월에는 카이스트·연세대와 피지컬 AI 모델 공동 개발에 나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RX 경쟁은 여러 종류의 로봇과 생산설비, 기존 제조 시스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통합 운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공장마다 설비와 공정, 작업 환경이 달라 범용 로봇을 단순 투입하는 것만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룹의 제조 계열사 등의 제조 IT 사업을 통해 현장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한 IT서비스 기업들이 로봇 제조사와 제조기업을 아우르는 오케스트레이터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