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날개 단 하이닉스 6년] ①위기를 기회로 바꾼 과감한 투자

최태원 회장의 결단, 인수 후 불황속 대규모 투자...6년간 매출 3배 영업이익 40배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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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정문 / 사진=SK하이닉스


[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2011년 매출 10조3958억 원, 3255억 원, 순손실 560억 원에서 2017년 매출 30조1094억 원, 영업이익 13조7213억 원, 순이익 10조6422억 원. SK하이닉스는 6년간의 가파른 상승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최대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며 꺾일 줄 모르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의 가파른 성장세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사업 환경 변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데이터뉴스는 3회에 걸쳐 SK하이닉스가 단기간에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탈바꿈한 요인을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분석한다. 

7년간의 기적같은 성장.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은 국내 대기업 중 가장 가파르다. 7년 사이 매출은 3배 가까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40배 이상 증가했다. 마이너스였던 순이익은 10조 원을 넘어섰다. 

그 사이 기업가치도 급등했다. 2011년 초반 약 16조 원으로 코스피시장 13위였던 시가총액은 최근 62조 원을 넘나들면서 2위까지 올라왔다.

불과 7년 전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던 기업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한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1983년 2월 설립된 SK하이닉스의 전신 현대전자는 1년 여 만에 16kb S램 시험생산에 성공하며 반도체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6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 20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하지만, 현대전자는 IMF 사태 속에서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한 뒤 시장상황 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결국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사업부를 매각하고 2001년 3월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지만, 사명 변경 7개월 만에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게 됐다. 

이후 하이닉스는 임직원 임금 동결, 순환 휴직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벌였다. 투자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구형 장비를 개조해 신형 장비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블루칩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2003년 4월에는 ST마이크로와 플래시메모리 분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듬해 2월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예상을 1년 이상 앞당긴 2005년 7월 채권단 공동관리를 졸업했다.

하이닉스는 2008년 9월 세계 금융위기로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글로벌 불황으로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치킨게임이 격화됐고, 키몬다, 엘피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도산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기술경쟁력과 연구개발 투자, 임직원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치킨게임의 승자가 될 기회를 만들었다.

2012년 하이닉스는 운명을 바꿀 전환점을 맞는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채권단의 인수의사 타진에 반응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SK그룹이 손을 내민 것이다. 

하이닉스는 2012년 2월 SK텔레콤이 지분 인수를 완료하면서 SK그룹의 일원이 됐다. 인수금액은 3조3700억 원으로, 이 중 1조300억 원이 채권단의 지분(구주)을 인수하는데 쓰였고, 신주 발행을 통해 2조3400억 원이 SK하이닉스의 자본금으로 유입됐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2012년 관련 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년 대비 10% 늘어난 시설투자(3조8500억 원 규모)를 시행했다. 

미세공정 전환을 위한 장비 투자가 확대됐고, 낸드플래시 생산기지인 청주 M12 공장이 준공됐다. 이탈리아의 아이디어플래시와 미국의 LAMD 인수로 낸드플래시 개발 역량도 강화됐다. 

SK그룹의 일원이 되기 전에는 불가능했던 대규모 투자였다.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비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1년 8338억 원이었던 연구개발비는 2조4870억 원으로 3배가량 늘어났다. 

SK의 하이닉스 인수와 곧 바로 이어진 과감한 투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최태원 회장은 청주 M12 공장 준공식에서 “현재 경영환경은 성장보다 생존을 먼저 얘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움츠러들기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앞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내딛고자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청주 팹(FAB) 라인 모습 / 사진=SK하이닉스


경쟁사들이 모두 지갑을 닫은 불황기에 시작된 선제적 투자와 기술개발, 우수인력 확보는 SK하이닉스가 실적 기록을 연일 갱신하는 핵심적인 토대가 됐다. 

SK하이닉스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16년 숨고르기를 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또 다시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든 부문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75%, 319%, 260%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위상도 높아졌다. 시장조사기업 IHS마킷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또 최근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8년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순위’에서 2조680억 원의 브랜드가치로 전년보다 4계단 오른 12위를 차지했다.

한 때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외면한 SK하이닉스는 6년 만에 가장 관심 받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SK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SK그룹이 내수 위주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수출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총 매출(139조 원)에서 차지하는 수출(75조4000억 원) 비중이 54.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ICT 부문이 처음으로 수출 30조 원을 넘어섰다.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