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강화하는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작년 12차례 주식매입

8만2000주 매수, 지분 11.94%로 확대...장남 허진성 상무 승진 등 승계구도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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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이 지난 1년간 12차례에 걸쳐 총 8만2000주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작년 한해 지분율을 0.17%포인트 늘리면서, 허 회장 단독으로 11.94%를 보유하게 됐다.

특히 허 회장은 지난해 장남 허진성을 주요 핵심 계열사인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 상무로 승진시켜 승계구도도 더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29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 및 주요 주주 지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 허일섭 회장이 총 561만777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것으로 분석됐다. 허 회장의 부인인 최영아와 그의 자녀들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치면 지분율은 13.82%까지 오른다.

허 회장은 지난 1년간 총 12차례에 걸쳐 자사주 8만2000주를 매입, 지분을 늘렸다.

녹십자홀딩스는 고 허채경 전 한일시멘트공업 명예회장이 1967년 설립한 수도미생물약품판매가 모태다. 녹십자홀딩스는 허채경 전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정섭(현 한일시멘트 명예회장)과 삼남인 허동섭, 사남 허남섭이 한일시멘트를, 차남인 허영섭(전 녹십자홀딩스 회장)과 오남인 허일섭(현 녹십자홀딩스 회장)이 수도미생물약품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계 계열 분리됐다.

허영섭 전 회장은 1971년 사명을 녹십자로 변경하고 그룹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지난 2009년 허영섭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후계 구도가 복잡해졌다.

허영섭 전 회장에게는 허성수, 허은철(현 GC녹십자 대표이사), 허용준(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등 3명의 아들이 있었지만 장남을 제외한 차남과 삼남, 부인(정인애)에게만 재산을 물려줬다. 당시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장남 허성수는 어머니인 정인애에 의해 유언이 조작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이른바 '모자의 난'을 일으켰던 허성수는 재판에서 패소한 이후 녹십자홀딩스의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으나 현재 지분율은 0.6%에 그쳐 허영섭 전 회장 일가의 경영권 싸움은 일단락된 상태다.

당시 업계에서는 허영섭 전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대표와 허용준 대표 중심의 후계 구도가 확립될 것으로 전망했다. 허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액면분할전) 56만주 가운데 30만주를 회사 관련 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 26만주를 상속하면서 허은철·허용준 대표의 지분율은 낮은 상태였지만, 허 전 회장이 사실상 녹십자를 키워 온 장본인이란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허 전 회장의 동생인 허일섭 현 회장이 그룹의 총수가 됐지만, 이때 허 전 회장의 자녀들의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차후 허 회장이 한시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다가 조카들에게 기업을 물려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초 허영섭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전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팀 부장이 주요 계열사인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 상무로 승진하면서 후계구도 논란이 재점화됐다.

허 회장이 지난 1년간 총 12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이러한 논란에 힘을 더 보탰다. 

지난해 말 기준 허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11.94%(보통주 기준)이다. 형인 허 전 회장이 경영할 당시인 2009년만 해도 9.51%에 불과했던 지분율이 9년 새 2.43%포인트 상승했다. 

허 회장의 지분율 상승 속도는 2012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2015년 주춤했는데, 2016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말 기준 허 회장의 지분율은 10.26%로 직전년도 대비 0.75%포인트 상승했다. 이듬해인 2011년엔 10.88%로 0.09%, 2012년엔 0.53%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0.31%포인트, 2014년 0.21%포인트, 2015년 0.1%포인트로 지분율 증가폭이 둔화됐다. 2016년엔 직전년도 대비 0.12%포인트 늘어난 11.62%의 지분율을 보유했는데 2017년엔 11.77%로 0.15%포인트, 2018년엔 11.94로 0.17%포인트 증가했다.

허 회장의 2018년도 지분 매입 내역을 살펴보면, 5월에 5000주, 1만주, 7000주 등 3차례에 걸쳐 2만2000주를 매수했다. 7월에도 3차례에 걸쳐 3만주를, 11월엔 5차례에 걸쳐 총 2만8908주를 매수했다. 12월에도 1092주를 매수하면서 1년간 총 8만2000주를 사들였다. 지분율을 1년 새 0.174%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녹십자홀딩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허 회장과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녹십자홀딩스의 실적 추이를 분석한 결과, 부채비율은 상승하고 영업이익률은 감소하는 등 경영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3분기 기준 51.68%였던 녹십자홀딩스의 부채비율은 2018년 3분기 85.73%로 13.32%포인트 상승했다. 기업 건정성 지표 중 하나인 부채비율은 100% 미만일 경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부채비율이 매년 평균 11%씩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4년 3분기 1011억 원이던 녹십자홀딩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616억 원으로 42.7%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980억 원에서 320억 원으로 53.7%나 줄어든 상태다. 영업이익률은 13.1%에서 5.4%로 4.45%포인트 감소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역시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에서 실적 악화로 어깨가 무겁다.

지난 2014년 3분기 기준 849억 원이었던 녹십자의 영업이익은 허영섭 전 회장의 차남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2015년 911억 원으로 7.3% 증가했다. 그러나 허은철 대표가 공동대표에서 단독 대표로 선임된 2016년 3분기에는 694억 원으로 급감했다가 이듬해인 2017년 3분기 901억 원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 2018년 3분기 371억 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14년 3분기 11.8%에서 지난해 3분기 5.6%로 6.2%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대해 녹십자홀딩스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감소는 연구개발비 증가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i-yeon@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