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 무슨일? 사회적 가치, 절반 '증발'

실적 영향 직접 받는 납세 등 감소 여파…사회공헌, 동반성장, 삶의 질 등은 상승세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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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 주요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가 절반가량 줄었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크게 줄면서 납세, 배당 등이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사회공헌, 기부, 자원봉사, 삶의 질, 노동, 동반성장 등 사회적 가치의 또 다른 핵심요소들이 상승세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SK 계열사들은 최태원 회장 주도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영의 핵심 미션으로 수행하고 있다.

22일 데이터뉴스가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발표한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실트론, SK가스, SK머티리얼즈의 사회적 가치를 분석한 결과, 이들 6개 기업의 지난해 사회적 가치는 총 6조2970억 원으로, 전년(13조958억 원)보다 51.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는 경제 간접기여 성과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SK실트론, SK가스, SK머티리얼즈는 경제 간접기여 성과가 상승했지만,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의 경제 간접기여 성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경제 간접기여 성과는 2018년 10조547억 원에서 2019년 4조593억 원으로 59.6% 감소했다. 세부항목을 보면, 납세가 5조8328억 원에서 4757억 원으로 91.8% 줄었고, 고용과 배당도 각각 9.3%, 33.3%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제 간접기여 성과도 47.6% 하락했다. 고용(-29.8%), 배당(-62.6%), 납세(-55.1%)가 모두 줄었다.

이 같은 결과는 두 회사의 실적 저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의 정점이었던 2018년 20조8438억 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반도체 시황이 악화된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7127억 원으로, 전년보다 18조 원 이상 줄었다. SK이노베이션도 2018년 말부터 시작된 정유·석유화학산업 침체로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이 2018년 2조1032억 원에서 지난해 1조2693억 원으로 39.6% 감소했다.

반면, SK 계열사들의 지난해 비즈니스 사회성과와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전년보다 상승했다. 6개 계열사의 총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2018년 –1조7578억 원에서 2019년 –1조5916억 원으로 9.5% 개선됐다. 또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2018년 1652억 원에서 2019년 1918억 원으로 16.1% 상승했다.

특히 SK그룹 계열사들이 전에 없이 다양한 방안을 개발, 실행해 비즈니스·사회공헌 사회성과를 높이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SK 계열사들은 다양한 방안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활용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는 사회 취약계층인 독거 어르신의 정서와 안전을 지키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70대 어르신이 인공지능 돌봄을 이용하는 모습 /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비즈니스 사회성과 중 삶의 질 부분이 전년보다 282.5% 증가한 1618억 원으로 측정됐다. T맵 운전습관 연계 보험 가입자가 대폭 증가하고, 대인사고율이 감소하며 발생한 가치가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또 ▲독거 어르신 ‘인공지능(AI) 돌봄서비스’를 통한 응급 안전알림, 우울감 감소 ▲고속도로 실시간 급정거 알림을 통한 교통사고 예방 ▲범죄자 위치추적 고도화를 통한 검거기간 단축 등 사회안전망 구축 일환의 성과가 신규 반영됐다. 

SK텔레콤의 노동과 동반성장 부분 가치는 각각 242억 원, 608억 원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한울’ 설립 ▲2주 80시간 근무제도 정착 ▲5G·AI 스타트업 발굴 ▲협력사 기술 개방 등의 노력으로 성과가 높아졌다. 또 속초·고성 산불, 태풍 현장에 긴급 통신시설을 구축하는 등 재난 조기 극복활동과 기부금 확대 등이 사회공헌 사회성과 상승으로 이어졌다. SK텔레콤의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1년 만에 1272억 원 증가하고 사회공헌 사회성과도 44억 원 상승했다. 

사회적 가치 하락을 경험한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도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치는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AI 기반의 에너지 절감 솔루션 개발에 노력하고, 국내외 전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반도체 개발도 저전력 제품 위주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 전염병 이슈나 자연재해에 대비해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 개발도 지속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화학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정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환경 긍정 영향을 창출하는 ‘그린 비즈니스’를 집중 육성해 2030년까지 환경 부정 영향을 제로로, 더 나아가 플러스로 만들어 회사를 성장시키는 ‘그린밸런스2030’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 사업에 선제 투자를 계속해 생산규모를 크게 늘리고, 배터리 생산·사용·재활용을 아우르는 친환경 배터리 밸류 체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사업장 친환경 공정개선, 폐플라스틱 재활용, CO2 감축기술 개발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도 발굴, 도입하기로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2019년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SK이노베이션의 현실을 절실히 보여줬다”며 “그린밸런스2030을 악착같이 실행하며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혁신을 이뤄 내야만 사회적 가치 창출은 물론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최태원 회장 주도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공식세션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측정을 고도화해 이해관계자 가치를 극대화해 나갈 것”을 역설했다. / 사진=SK


SK는 최태원 회장이 주도해 모든 계열사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 경영을 하고 있다.

SK는 특히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공감대 하에 화폐화 기반의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를 개발했다. 이를 기준으로 SK는 ▲기업의 활동이 국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경제 간접기여 성과’ ▲제품 개발·생산·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비즈니스 사회성과’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되는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 3가지 항목에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다. 각각 ▲고용, 배당, 납세 ▲환경(생산공정, 친환경 제품 판매), 사회(삶의 질을 개선하는 제품 판매, 노동 환경 개선 및 동반성장),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 법 위반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 자원봉사가 측정대상에 포함된다.

SK는 이같은 측정을 통해 사회적 가치 활동을 실제 사회에 어떻게 반영하고 경영활동을 보완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또 경영에 사회적 가치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핵심평가지표(KPI)에 50%를 반영하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