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카오, 정신아 신임 대표 과제는 혁신과 연착륙

기술·핵심사업 중심, 구심력 강화 역할 부여…경영방식 선회 따른 리스크 최소화 관건

김민지 기자

honest@datanews.co.kr | 2023.12.28 08:23:57

[수정중/취재] 위기 관리자가 필요한 카카오, 정신아 신임 대표…과제는 내실 다지기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가 리더십 재편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섰다. 김범수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과 정신아 신임 대표 내정자가 합을 맞춰 눈 앞에 놓인 킬러 문항들을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로 내정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오는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정 내정자는 1975년 생으로, 연세대(불어불문학·경영학사, 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이베이 아태지역본부 전략 매니저, 네이버 수석부장을 거쳤다.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뒤 2018년에는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 내정자는 이베이와 네이버 재직 당시 신규사업 기획과 세팅을 담당했다. 현재 스마트스토어 전신인 스토어팜과 네이버페이, 마일리지와 같은 서비스도 기획했다. 또 10년간 벤처캐피탈(VC) 영역에 몸담아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성장, 두나무, 당근 등 유니콘 기업 발굴과 각 성장 단계에 대한 분석 및 문제 해결 능력을 쌓았다.

카카오의 수장 교체는 현재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 내정자의 경험과 성향, 자질이 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홍은택 현 카카오 대표는 위기관리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홍은택 대표는 NHN에서 CEO 지원실장을 거쳐 에코시스템TF장을 맡았고, 카카오에 합류한 후 기술로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임팩트 사업을 담당했다.

홍 대표가 공동대표로 선임될 당시에도 카카오는 문어발 계열사, 골목상권 침해, 스톡옵션 먹튀 등 여러가지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홍 대표는 5년 간 3000억 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ESG 경영 강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후 SM 시세조종 의혹,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 파장이 큰 이슈가 잇따르면서 리더십의 변화를 통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지난 3월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해 카카오의 사업·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왔으며, 지난 9월부터 CA협의체 내 사업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또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쇄신의 방향성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쇄신TF장을 맡아 카카오의 쇄신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를 챙길 예정이다. 위기에 처한 현재 카카오에 대한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카카오의 경영쇄신은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임직원에게 밝힌 대로 ‘근본적인 변화’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카카오 계열사 임직원에게 남긴 사내 공지에서 “그룹 내 거버넌스를 개편하겠다”며 “투자, 스톡옵션,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 이별을 고해야 하며,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계열사들의 자율경영 체제를 그룹 차원의 책임 경영 체제로 바꾸기로 한 다음 정 내정자가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게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김범수 위원장과 함께 정 내정자가 각 사업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갖고 주요 계열사들을 이끄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김범수 위원장은 또 사내 공지를 통해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사업 영역의 계열사도 정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위해 기술 트렌드를 읽고 미래 성장동력을 선택해 집중 투자하는 인사이트가 요구된다. 10년 가까이 VC 영역에서 경력을 쌓은 정 내정자가 강점을 가진 부분으로 보인다.

다만,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정부분 수익성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성과와 기술 투자의 최적 조합을 찾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정 내정자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정 내정자는 대표이사 내정 발표 당시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18일 카카오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쇄신TF부터 시작해 크루(직원)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hones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