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전경 / 사진=HD현대일렉트릭 [현장] HD현대일렉트릭, 초고압 이어 배전기기…무기는 ‘납기’](/data/photos/cdn/20260626/art_1782455277.jpg)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전경 / 사진=HD현대일렉트릭
“데이터센터 시장은 ‘크레이지’다. 서부 개척 시대의 골드러시처럼 빨리 짓고 빨리 돌리는 사람이 시장을 선점한다는 인식 때문에 빅테크 사이에서 치열하다. 전력기기 등 전기 공급에 대한 승인이 지연돼 전체가 대기하거나 중간에 연결하는 배전기기 공급망이 확실하지 않아 전체가 흔들리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재편 속에서 상당한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구체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배전사업 부사장)
지난 25일 HD현대일렉트릭은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청주 배전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전기기 사업 현황을 발표하고 중저압차단기 생산라인도 공개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노후 전력망 교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초고압 변압기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4조795억 원, 영업이익률 24.4%의 최대 실적을 냈다. 회사는 이 같은 전력 인프라 투자 흐름이 배전기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배전기기는 발전·송전·변전을 거친 전력을 공장, 빌딩, 데이터센터 등 최종 수요처에 나눠주고, 이상 전류가 발생했을 때 설비와 계통을 보호·제어하는 장치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초고압 변압기뿐 아니라 이를 사용처에 연결하는 배전반, 배전변압기, 중저압차단기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특히 회사가 1순위로 바라보는 시장은 북미 데이터센터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배전사업 부사장이 지난 25일 충북 청주 배전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HD현대일렉트릭 [현장] HD현대일렉트릭, 초고압 이어 배전기기…무기는 ‘납기’](/data/photos/cdn/20260626/art_1782455309.jpg)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배전사업 부사장이 지난 25일 충북 청주 배전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HD현대일렉트릭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배전사업 부사장은 “미국을 예로 들면 노후 설비 교체 수요가 먼저 시장을 이끌었고, 올해부터 AI 데이터센터 관련 전기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력기기와 함께 배전기기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며, “작년까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 미만이었으나, 올해 두 자릿수로 넘어가고 있다. 또 현재 거론되고 있는 데이터센터향 프로젝트 매출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숫자로 반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력 인프라는 하위 단계로 내려갈수록 필요한 품목과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 부사장은 이를 ‘피라미드 구조’로 설명했다.
한 건물에 가장 큰 초고압 변압기는 1~2대 들어가지만, 아래 단계로 내려오면 배전급 변압기는 여러 곳을 분산 관리해야 해 1대당 10~20대 정도 될 수 있다. 또 각 변압기마다 밑에 깔리는 분전반 형태의 제품도 1대당 또 10~20개씩 들어간다.
![▲HD현대일렉트릭 배전기기 제품들. (왼쪽부터) 기중차단기(ACB), 배선용차단기(MCCB), 전자개폐기(MS) / 사진=HD현대일렉트릭 [현장] HD현대일렉트릭, 초고압 이어 배전기기…무기는 ‘납기’](/data/photos/cdn/20260626/art_1782455708.png)
▲HD현대일렉트릭 배전기기 제품들. (왼쪽부터) 기중차단기(ACB), 배선용차단기(MCCB), 전자개폐기(MS) / 사진=HD현대일렉트릭
이 같은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한 생산 거점이 청주 배전캠퍼스다. 기존 HD현대일렉트릭의 배전기기 사업은 안성(생산), 울산(설계), 부산(물류창고)에 흩어져 있었다. 회사는 협업 속도와 운영 효율을 높이고, 전체 공정 및 시스템의 자동화를 위해 1161억 원을 투자해 2023년 8월 8만5420㎡(2만5000평) 규모의 청주 배전캠퍼스를 조성했다.
1차 사업단계에서 중저압차단기 공장(6880평)을 지어 지난해 11월 가동을 시작했다. 회사는 울산에서 생산 중인 배전반과 배전변압기의 청주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
청주 배전캠퍼스 가동 후 중저압차단기 생산능력이 500만 대에서 850만 대로 늘었으며, 생산라인 자동화율은 70%에서 93%로 개선됐다. 장비효율(OEE) 역시 58%에서 75%로 올라갔다.
HD현대일렉트릭은 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도 도입해 시장 수요와 판매 흐름을 분석하고, 생산 계획의 정확도를 높여 자재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생산 효율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저압차단기는 배전선로 내 과전류가 흐를 때 신속하게 전류를 차단해 설비와 계통을 보호하는 장비다. HD현대일렉트릭은 발전소와 산업 플랜트에 적용되는 기중차단기(ACB), 진공차단기(VCB)부터 일반 주택과 빌딩에 사용되는 배선용차단기(MCCB)까지 5만여 종의 중저압차단기를 생산하고 있다.
![▲MCCB 자동 생산라인 / 사진=HD현대일렉트릭 [현장] HD현대일렉트릭, 초고압 이어 배전기기…무기는 ‘납기’](/data/photos/cdn/20260626/art_1782455284.jpg)
▲MCCB 자동 생산라인 / 사진=HD현대일렉트릭
공장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로봇을 활용한 물량 자동화였다. 자재는 팔레트 단위로 입고된 뒤 생산계획에 맞춰 토트 박스 단위로 소분되고, 자율주랭 물류로봇(AMR)이 각 생산라인으로 운반했다.
조립라인에서는 제품이 레일을 따라 이동하면 로봇이 부품을 조립하고, 마지막에는 비전 검사 시스템이 조립 상태를 검사했다. 작업자가 육안으로 확인하던 주요 항목을 카메라 기반으로 자동 판별해 휴먼 에러를 줄인다.
완제품 창고에서는 물류 셔틀 20대와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 10대가 움직였다. 물류 셔틀은 무릎 정도 높이의 로봇으로, 제품을 창고에 적재하고 작업자에게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10m 높이의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은 랙에 적재된 제품을 층별로 옮기고 있었다.
![▲물류창고 내 자재와 완제품을 쌓고 있는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 / 사진=HD현대일렉트릭 [현장] HD현대일렉트릭, 초고압 이어 배전기기…무기는 ‘납기’](/data/photos/cdn/20260626/art_1782455295.jpg)
▲물류창고 내 자재와 완제품을 쌓고 있는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 / 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은 자동화에 따른 납기 경쟁력을 배전기기 사업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부사장은 “20~30개 품목이 프로젝트 단위로 주문되는데, 한 품목이라도 빠지면 납기를 준수하지 못 한 것으로 본다”며, “현재 청주 공장은 프로젝트 단위로 납기 준수율이 95%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배전기기 시장에서 HD현대일렉트릭은 후발 주자에 가깝다. 하지만 회사는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기존 글로벌 업체들의 공급망이 지연되면서 새 공급자가 들어갈 여지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품질뿐 아니라 공급 속도와 납기 확실성이 핵심 경쟁요소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38kV VCB 경우 미국 현지 데이터센터에 비중 있는 고사양 제품의 경우 납기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HD현대일렉트릭은 절반 이상 줄인 납기를 제시해 최근 몇 년 새 38kV VCB 단독으로만 큰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력기기 공급 부족을 겪은 빅테크들이 학습효과로 배전기기도 장기공급계약 형태로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전보다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물류창고 내 자재와 완제품을 운반중인 물류셔틀로봇 ‘미니키바’ / 사진=HD현대일렉트릭 [현장] HD현대일렉트릭, 초고압 이어 배전기기…무기는 ‘납기’](/data/photos/cdn/20260626/art_1782455300.jpg)
▲물류창고 내 자재와 완제품을 운반중인 물류셔틀로봇 ‘미니키바’ / 사진=HD현대일렉트릭
배전기기는 아직 전력기기보다 매출 비중이 작다. 2025년 제품군별 매출 비중은 전력기기(변압기, 고압차단기 등) 69.5%, 배전기기(배전반, 중저압차단기, 전력제어, ICT 등) 16.1%, 회전기기 14.4%다. 회사는 배전과 회전기기 비중을 확대해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일 방침이다.
배전기기 매출은 2021년 4510억 원에서 2022년 6029억 원, 2023년 6442억 원, 2024년 7496억 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는 6556억 원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2024년 미국 전력회사에 1800억 원 규모의 배전 변압기 장기 공급이 이뤄진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30년 중저압차단기 생산능력을 1300만 대로 늘릴 예정이다. 또 데이터센터 및 AI 인프라 구축이 늘어나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은 물론, 재생에너지 인프라 수요가 늘어나는 유럽과 중동의 배전기기 수요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