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등 해외 현지 은행들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한 하나은행이, ‘생활밀착형 플랫폼’인 배달앱과의 제휴를 무기로 포용금융과 데이터를 통한 고객 저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섰다. 이미 자체 배달앱 ‘땡겨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신한은행에 맞서, 후발주자인 하나은행이 공공배달앱 ‘먹깨비’와 손잡고 대대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싱가포르의 주요 은행인 디비에스(DBS){의 비즈니스모델을 따라, 별도의 배달앱을 만들지 않고 대신 자사 모바일 지갑 페이라(PayLah!)에 외부 생활서비스를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중국의 경우, 알리페이·위챗페이 등이 음식 배달과 결제를 결합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금융사업을 벌이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그랩이 배달·모빌리티를 기반으로 대출·보험 사업을 확대중이다. 미국에서는 일부 핀테크 기업이 음식 주문 데이터를 활용한 소상공인 대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현재 ‘먹깨비’와 함께 내달 31일까지 대규모 소비자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프로모션은 신규 고객 유치에 방점이 찍혔다. 이벤트 기간 먹깨비 앱에서 하나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3000원 할인 쿠폰을 즉시 지급하며, 첫 거래 고객에게는 5000원 쿠폰 2매를 추가로 제공해 최대 1만 3000원 상당의 혜택을 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배달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개인 소비자에게까지 확장했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포용금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소유’ 신한 vs ‘금융 결합’ 하나
두 은행의 배달앱 전략은 극명하게 갈린다. 신한은행은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며 데이터를 내재화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DBS 등의 성공사례를 따라, 기존 배달 플랫폼과 제휴하는 ‘실속형 전략’을 펴고 있다.
신한은행의 ‘땡겨요’는 2022년 출시 이후 월간 활성 이용자(MAU) 355만 명을 확보하며 배달앱 시장 4위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신한은행이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며, 주문·결제 데이터를 축적해 소상공인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자체 앱 개발에 따른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과 운영 리스크를 피했다. 이미 지역 기반을 갖춘 먹깨비에 금융상품과 정책금융을 얹는 방식으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먹깨비의 낮은 중개수수료(1.5%)를 활용해 소상공인에게는 금융 지원을, 소비자에게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상생’이라는 명분도 챙겼다.
배달앱, 왜 은행의 격전지가 됐나
은행들이 배달앱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한 중개업을 넘어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배달앱을 통하면 가맹점주와 소비자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소상공인에게는 대출·정산 서비스를, 소비자에게는 계좌 개설·결제 혜택을 연결하는 ‘금융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이밖에도, 카드, 정책금융, 지역화폐 등을 자행 생태계로 연결하려 한다.
하지만 데이터 확보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신한은행은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는 만큼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제휴 모델이어서 데이터 활용 범위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지만, 투자 부담이 적고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배달앱 선택 기준인 중개수수료도 다르다. 먹깨비는 1.5% 수준의 낮은 중개수수료를 유지하고 있다. 가맹점주가 하나은행 계좌를 정산계좌로 등록하면 일정 기간 중개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땡겨요 역시 민간 플랫폼보다 낮은 약 2% 안팎의 중개수수료와 빠른 정산을 내세우며 상생 이미지를 구축했다. 민간 플랫폼들은 계약 유형에 따라 약 2~9% 수준의 중개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배달앱은 새로운 신용평가 공장”
은행들이 배달앱을 주목하는 이유는 데이터다. 배달앱에는 하루 매출, 주문 빈도, 고객 재방문율, 정산 내역, 결제 패턴 등 소상공인의 실시간 영업정보가 축적된다. 이는 기존 재무제표보다 훨씬 생생한 영업 데이터다. 향후 AI 기반 대안신용평가(ACS), 맞춤형 대출, 카드 추천, 보험 판매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배달앱은 은행 입장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생활 데이터 플랫폼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다.
권선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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