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누가?”, 與 토론회 잇따라 개최

11월 국회 법안소위 앞두고 논쟁 가열…금융위, 이달중 정부안 제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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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누가?”, 與 토론회 잇따라 개최

국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규제 등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논의중인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주최하는 관련 정책토론회가 잇따라 열려 입법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핵심 쟁점은 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은행 중심의 보수적인 발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금융 안정론과 △핀테크·가상자산 기업에도 발행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혁신·경쟁론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에 앞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회에서 잇따라 열린 토론회들이 정부안과 향후 입법 방향에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디지털 화폐, 금융 안정이 우선”
이들 토론회에서는 은행 중심 발행론의 핵심 논리로,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법정화폐와 1대1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디지털 지급수단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발행사가 충분한 준비자산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시장 불안으로 이용자들의 상환 요구가 한꺼번에 몰리면, 실제로 대규모 환매 사태(코인런)가 발생할 수 있다. 발행사의 지급 능력과 준비자산 관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시장 전체로 충격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관련,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주요 위험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약화, △예금이 빠져나가 은행의 대출 재원 감소 △해외 유통을 통한 자본유출과 외환 규제 우회 등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함께, △예금자보호제도와 다른 법적 보호 체계에 따른 이용자 피해 △비금융기업의 발행 사업 참여에 따른 금융과 산업자본 간 이해충돌 등 가능성도 우려한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위험을 고려해 은행 중심 컨소시엄을 우선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제도 안착 이후 발행 주체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은행권은 발행사의 지분 구조와 별개로, 실제 준비자산의 보관, 상환, 결제 및 자금세탁방지 체계에 은행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책 논의에서 거론되는 이른바 ‘은행 51% 룰’은, 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법인 지분의 50%+1주를 보유하도록 해 발행 및 운영에 대한 은행권의 통제력을 확보하자는 구상이다.

“은행 51%는 디지털 금융산업의 성장 제한”
핀테크와 가상자산업계는 은행 중심 발행 구조가 국내 디지털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발행사의 신용도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결제 플랫폼, △글로벌 거래 네트워크, △개발자 생태계, △이용자 확보 등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은행이 발행 법인의 과반 지분을 보유하도록 강제하면,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업은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면서도 사업 의사결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초기 시장에서 민간 기업의 자본 조달과 사업 확장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행 주체의 업종보다, 준비자산의 안전성과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핀테크업계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예컨대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 △준비자산 100% 이상 확보, △독립적인 수탁기관을 통한 자산 분리 보관, △정기적인 외부 감사, △실시간 또는 정기적인 준비자산 공시, △이용자 상환권 보장 등을 충족하면 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은행이 아닌 핀테크 기업이나 전문 디지털자산 기업에도 발행을 허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은 미국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처럼, 전문 발행사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생태계를 연결하는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이미 간편결제, 전자지급결제대행(PG), 해외송금, 전자지갑 등에서 상당한 이용자 기반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의 기존 플랫폼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하면, 은행 계좌 중심의 지급결제 체계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비은행 발행을 허용하더라도 △발행사 파산 시 준비자산의 법적 소유권과 이용자의 우선변제권, △해킹 및 운영 장애에 대한 책임, △해외 유통에 따른 외환 규제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디지털자산 700조원”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 전체의 경쟁력 문제도 다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민병덕·박민규·이강일 의원과 디지털자산정책포럼은 이날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코인 엑소더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의 문제의식은 국내 투자자와 디지털자산 사업자들이 해외로 이동하면서 국내 시장의 성장 기회와 수익이 함께 유출되고 있다는 것. 기조연설을 맡은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2021~2026년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등으로 이동한 디지털자산 규모가 누적 약 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025년 해외 이전 규모는 약 169조원으로 추산됐으며, 해외 거래 수수료도 약 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러한 자금 이동의 배경에는 국내외 디지털자산 시장의 구조적 차이가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의 현물 거래에 집중돼 있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스테이킹, △대출, △디파이(DeFi), △토큰화 자산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발달해 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폭이 해외보다 좁을 수밖에 없다. 국내 사업자 역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국내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디지털자산 발행부터 유통, 보관, 결제, 대출, 투자 및 해외 진출까지 포괄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식 은행 공동 모델과 미국식 민간 주도 모델
앞서 지난 9월 29일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디지털금융법포럼이 주관한 토론회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사업 모델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해외 사례를 통해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와 시장 생태계를 설계하자는 취지다.

토론회에는 유럽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키발리스의 얀올리버 젤 최고경영자(CEO), 미국 서클의 데이비드 알란 카츠 아시아태평양 전략·공공정책 부사장, 국내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연합체 유니카(UniKA)의 류창보 회장 등이 참석해 주제 발표를 했다. 주목할 대목은 유럽과 미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은 은행들이 공동으로 발행 인프라를 구축하는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키발리스는 유럽의 37개 은행이 참여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 프로젝트다. 이들 은행이 공동으로 발행 기반을 마련하고, 기존 금융기관의 신뢰와 규제 체계를 활용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구상이다.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규제는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준거토큰(ART)과 전자화폐토큰(EMT) 등으로 구분하고, 발행자에게 인가와 준비자산 관리 등 엄격한 의무를 부과한다. 

반면, 미국은 인가와 준비자산 규제를 전제로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모델이다. 서클은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을 기반으로 △글로벌 송금, △기업 간 결제, △블록체인 금융, △토큰화 자산 시장 연결 등을 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이 직접 발행하지 않더라도, 전문 기업이 금융 인프라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은 2025년 7월 지니어스(GENIUS)법을 제정해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감독 체계를 마련했다. 은행 자회사뿐 아니라 일정 요건을 충족해 인가받은 비은행 사업자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준비자산 100% 확보, 상환 의무, 자금세탁방지 등 규제를 적용하는 대신 발행 주체의 다양성을 인정한 것이다. 2026년 10월에는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관련 최종 규정을 발표하면서 제도 구체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 모델을 국내에 적용하면, 은행권은 유럽식 공동 발행 모델을, 핀테크와 디지털자산 업계는 미국식 개방형 발행 모델을 각각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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