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통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지난해 9월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막을 연 이른바 '현대차의 정의선 시대'를 법률적으로도 확인하는 것이다. 그만큼 정 수석부회장이 주도하는 현대차그룹의 변화도 한결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 것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다각도로 시도 중인 혁신적 변화의 성과가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전망이다. 데이터뉴스는 추격자를 탈피하고 게임 체인저가 되려는 정의선 시대, 현대차그룹의 도전과제를 3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주]


“추격자에서 벗어나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며, 2019년이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고, 기존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장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현대차는 성공적인 추격자가 됐지만, 현재의 자리에 머물러서는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게임 체인저는 쉽지 않은 목표다.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렵게 축적한 많은 성과와 성공방정식을 버리고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안은 채 다시 도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를 위한 첫 단추로 인적쇄신을 택했다. 정의선 체제 개막과 동시에 그동안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며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들과 결별하고 새로운 얼굴을 중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의 부회장 상당수가 고문으로 물러나거나 타 계열사로 이동했다. 우선 10여 년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을 총괄해온 양웅철 연구개발담당과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이와 함께 김용환 현대·기아차 부회장이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전략기획담당 정진행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도 현대로템으로 옮겼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현대차그룹 업무 대부분을 총괄해온 김용환 부회장의 이동은 상징성이 컸다. 김용환·우유철·정진행 부회장은 모두 예상과 달리 새 회사에서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이사도 맡지 않는 것으로 정리돼 역할 축소가 예상된다.

이들 외에도 여승동 현대·기아차 생산품질담당 사장,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조원장 현대다이모스 사장,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중국사업을 총괄해온 설영흥 상임고문이 일선에서 빠진 것도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몽구 회장과 함께 해온 주역들이 물러난 자리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는 정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변신을 본격화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연구개발본부장으로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선임했다. 비어만 사장은 BMW에서 고성능차 개발 총괄 책임자 출신으로, 2015년 현대차에 시험고성능차담당으로 영입된 뒤 고성능차 개발에 주력해왔다. 비어만 사장은 이 달 현대차 주총을 통과하면 현대차의 사내이사에 오를 예정이다.

회사 측은 비어만 사장의 중용에 대해 실력 위주의 글로벌 핵심인재를 통한 미래 핵심 경쟁력 강화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경영담당 사장을 비롯해 벤틀리 수석디자이너 출신인 루크 동커볼케 현대·기아차 디자인 최고책임자(CDO), 제네시스사업부를 이끄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사업부장, BMW 출신의 토마스 쉬미에라 상품전략본부장 등 글로벌 인재를 중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핵심 계열사 현대모비스 사장으로 박정국 현대케피코 사장을 임명하고, 여수동 현대·기아차 기획조정2실장을 파워트레인 계열사 합병법인 현대트랜시스 사장으로 발령했다. 또 이건용 현대로템 대표, 문대흥 현대오트론 대표, 방창섭 현대케피코 대표 등 50대를 대거 기용했다.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의 사장 승진 역시 눈에 띈다. 삼성전자 출신인 지영조 사장은 2016년 현대차에 합류한 뒤 모빌리티, 카헤일링, 인공지능(AI) 등 신사업과 전략투자를 맡아왔다. 지영조 본부장의 승진은 미래사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체제에서 진행된 큰 폭의 인사들은 세대교체를 통해 과거의 성공방정식과 일정부분 결별하고 새로운 성공 공식을 만들겠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뜻이 엿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5년 간 연구개발(R&D)와 미래기술 개발에 45조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시점과 맞물려 이번에 중용된 인물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중국 및 해외사업부문의 대규모 임원 인사에 이은 사장단 인사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인적쇄신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