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오창규 기자] 금융권 권력의 중심축이 TK(대구 ·경북)에서 PK(부산 경남)·호남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최근 이뤄지는 금융계 인사를 보면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권에서 PK·호남출신 아니면 출세할 생각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6일 데이터뉴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금융권인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정부와 금융 공공기관, 민간 협회와 시중은행 등 총 15명의 수장이 결정됐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PK출신은 1명에서 4명, 여당 기반인 호남 출신은 2명에서 6명으로 급증했다. 2013년에는 금융권 인사 15명 중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 출신 인사가 4명이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55)의 인선은 출신 지역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거래소 본사가 부산이고, 문재인 캠프에서 그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김지완 BNK금융지주회장(71·부산), 이동빈SH수협은행장(57·부산대), 김태영 은행연합회장(64·부산), 허인 KB국민은행장(56·경남 진주), 빈대인 부산은행장(57·경남 남해) 모두 PK 인사다. 장남식 전 손해보험협회장(부산고)과 김교태 삼정KPMG 대표(배정고), 이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동성고) 등도 부금회의 대표적 멤버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부산고 출신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입김설도 거론된다. 조국 민정수석도 부산출신이다.

특히 부산 대동고 출신인 정 이사장은 증권금융 사장의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지난 9월 한국거래소 이사장 추가 공모에 응모해 내정설의 불을 지폈다. 지난 9월 BNK금융 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과 반년 넘게 공석이었던 수협은행장 자리를 차지한 이 행장도 주목을 끌었다.

또 호남세 역시 쌍벽을 이루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55 전남 무안), 은성수 수출입은행장(56 전북 군산),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67 전북 정읍),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62·전남 나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60·전남 강진)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수석도  광주출신이다. 지난 정부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 라인이 부상한 것과 달리 이번 정부에서는 PK·호남 연합정권 색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을 상대로 한 수사도 이뤄지고 있어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채용비리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KB금융지주, 우리은행, DGB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금융권 인사 특징 중의 하나는 ‘올드보이’의 금의환향을 꼽을 수 있다. 평균 나이도 60세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속속 귀환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67)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71) 등다. 김용덕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관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차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자문조직인 ‘10년의 힘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김지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으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경제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다. 12월 이수창 회장 임기가 끝나는 생명보험협회 후임인사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어질 민간 금융권 CEO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권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금융권의 특성상 비슷한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증권계는 CEO 10명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내년 3월까지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는 이들만 NH투자증권, KB증권, IBK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1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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