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선 “사람 대신 AI가 일하게 된다”

WSJ, “직원은 소수 정예 ‘스쿼드’로 재편, AI 업무 관리감독·의사결정 주력할것”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조직 대개편에 나섰다. ‘AI 에이전트’가 업무 대부분을 수행하고, 직원들은 소규모의 스쿼드(squad·분대) 단위로 AI를 관리·감독하도록 전사 조직이 바뀔 것이라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이에따라, 기존의 거대 관료 조직에서 인력구조가 유연화되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전문 지식보다 AI를 다루는 통합적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구조의 완전한 재편은 향후 3~5년 내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WSJ에 따르면, 블랙록의 엔지니어링 총괄 니시 아지차리아는 대부분의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수행하고, 인간은 이를 감독하는 스쿼드 단위로 일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블랙록은 최근 몇 년간 투자의 의사결정 방식부터 고객 서비스, 내부 운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AI를 내재화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 왔다.

이 회사는 직원 누구나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신속히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아지차리아는 “리서치, 코딩 등 대부분의 업무 프로세스를 AI가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인간의 역할은 점점 덜 전문화되고, 여러 기능을 아우르는 ‘스쿼드’ 형태로 변화해 AI가 처리하는 반복 업무를 감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록은 약 14조 달러(약 2경 763조 4000억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의 투자회사다.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는 AI를 “적어도 컴퓨터 이후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AI가 장기적으로 미국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인정했다. 아지차리아는 “AI가 도입되면 업무가 어떻게 조직되고 누가 수행하는지 자체가 바뀐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미래가 당장 실현된 것은 아니다. 그는 “워크플로우 재설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아직 완전히 해결책을 찾은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컨설팅사 그랜트손튼의 자산운용 산업 책임자인 쇼나 오히아는 “현재 자산운용 업계는 모두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선도 기업은 투자 규모, 데이터 품질, AI 확산을 위한 거버넌스 수준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은 노동 구조 전체를 재편하는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향후 3~5년 내에 이것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많은 AI 에이전트 구축
새 플랫폼 ‘록AI(RockAI)’는 블랙록 내부에서 개발되는 모든 AI 에이전트의 핵심 인터페이스가 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자연어 기반으로 작동하며, 사용자는 원하는 AI 모델을 선택하고, 필요한 데이터와 맥락을 입력하면 된다. 예를 들어 미국 상위 리츠(REITs) 2개를 분석하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도 있다.

보안 및 안전 장치는 이미 내장되어 있어 코딩 없이 몇 분 만에 에이전트를 생성할 수 있다. 생성된 에이전트는 회사 전반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이 플랫폼은 먼저 5000명의 내부 개발자에게 배포됐고, 향후 비개발 직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이른바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도 이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들의 반복 업무를 대체하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금융사 직원이 마치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듯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쓰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블랙록은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상향식(bottom-up)’ 접근법으로 성과를 거둬왔다.

투자 영역에서의 AI 활용
2024년 블랙록의 주식 투자 부서는 내부 AI 연구 조직과 협력해 ‘아시모프(Asimov)’라는 투자 리서치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수백 개의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투자 가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실적 발표, 규제 보고서, 리서치 자료 등 다양한 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한다.

현재 약 150명의 주식 투자 담당자가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다른 자산군으로 확대 적용 중이다. AI 연구 조직은 2018년에 설립된 부서로, 회사 전반의 AI 솔루션 개발을 담당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
블랙록은 투자 외에도 전사적인 생산성 향상 도구에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객 대응 부문에서는 ‘클라이언트 인텔리전스 플랫폼(Client Intelligence Platform)’을 통해 고객 접점 데이터를 요약하고, 회의 준비를 지원한다.

법무 부문에서는 계약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인사 부문에서는 복지 및 정책 질의응답뿐 아니라 직원 목표 작성 및 제출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 도입을 준비 중이다. 아지차리아는 “초기에는 단순 정보 검색용 챗봇을 도입했지만, 이제는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략에 대해 그는 “AI가 모든 업무 프로세스와 영역에 적용되는 범용 기술이라는 점을 확신하며, 이에 대해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WSJ에 강조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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